이동통신 3사가 2026년 1분기 실적을 모두 공개했다. 7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나란히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12일 KT까지 성적표를 내놓으며 3사 모두 통신 본업 회복과 AI 사업 성장이라는 두 축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음이 확인됐다.
지난해를 관통한 키워드가 보안 사고와 가입자 이탈이었다면 올해 1분기는 회복과 재편의 시간이다.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태 1년 만에 영업이익 5000억 원대를 복원했고 KT는 침해사고 관련 비용을 안고도 무선 가입자를 순증으로 돌려세웠다. LG유플러스는 외형보다 수익성에 무게를 둔 전략으로 영업이익률 9%를 지켜냈다.
매출 규모로는 KT가 6조7784억 원으로 가장 컸고 SK텔레콤이 4조3923억 원, LG유플러스가 3조8037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은 KT 4827억 원, SK텔레콤 5376억 원, LG유플러스 2723억 원이다. KT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일회성 분양이익에 따른 기저효과로 줄었고 SK텔레콤은 1년 만에 분기 5000억 원대를 회복했다.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6% 늘었다.
사진=연합뉴스
무선 가입자 경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LG유플러스다. 1분기에만 모바일 회선 22만 개가 순증해 전체 가입회선이 3093만1000여 개로 늘었다. 3100만 회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SK텔레콤도 휴대전화 가입자 21만 명 순증을 기록하며 해킹 사태 이후 처음으로 의미 있는 회복 신호를 만들어냈다. KT는 위약금 면제 기간 중 일부 이탈이 있었으나 2월부터 순증으로 돌아서며 무선 서비스 매출을 전년 동기 대비 0.4% 끌어올렸다.
가입자 회복의 배경은 3사가 모두 다르다. SK텔레콤은 멤버십 제도 개편을 통해 고객 혜택을 넓혔고 KT는 국내 통신사 최초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결합한 요금제와 구독 상품을 4월 내놓으며 록인(Lock-in) 강화에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발표된 2026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에서 이동전화서비스 부문 첫 1위를 차지하며 누적된 고객경험 관리의 성과를 외부 평가로 확인받았다.
진짜 격전지는 AI 데이터센터다. 3사 모두 AI 인프라를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웠지만 접근 방식은 결이 다르다.
SK텔레콤은 가장 공격적이다. 1분기 AI 데이터센터 매출이 13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3% 급증했다. 가산 데이터센터 가동률 상승과 GPUaaS(GPU-as-a-Service) 매출 확대가 동력이 됐다. SK텔레콤은 AI 인프라·모델·서비스를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AI 사업자를 자임하며 CEO 직속 엔터프라이즈 통합 추진 조직까지 신설해 B2B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다른 길을 택했다. 기업인프라 부문 매출 4356억 원 가운데 AIDC 사업 매출이 1144억 원으로 31.0% 늘었다. 성장 속도만 보면 SK텔레콤에 못 미치지만 단순 공간 임대인 코로케이션을 넘어 데이터센터 설계부터 구축·운영까지 책임지는 DBO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수익성과 고객 락인을 동시에 노리는 수익 구조의 질적 전환이다.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팔란티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카드로 꺼냈다. 금융 고객을 중심으로 AX 관련 신규 수주를 확보했고 금융·공공·제조 등 산업별 레퍼런스를 쌓아 B2B AX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1분기 기업서비스 매출은 대형 구축사업 종료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줄었지만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과 금융권 AICC·클라우드 수주를 새로 확보하며 회복 발판을 마련했다. KT클라우드는 가산 데이터센터 가동률 확대와 AI 파운드리 사업 확장으로 연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한다.
3사가 같은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두고 다른 전략을 펴는 이유는 자원과 출발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GPU 자산을 빠르게 회전시키는 속도전을, LG유플러스는 설계·운영 노하우를 무기로 한 진지전을, KT는 글로벌 빅테크 동맹을 활용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같은 목적지를 향한 세 갈래 길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비통신 사업의 그림도 3사가 갈린다. KT는 KT에스테이트가 대전 괴정동 아파트 분양 공정률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9% 늘어난 2374억 원을 기록했고 케이뱅크는 3월 5일 코스피 상장을 마치며 새로운 성장 발판을 확보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가 매출 1조1498억 원, 영업이익 1166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21.4% 급증하며 힘을 보탰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홈 부문 매출이 6563억 원으로 4.1% 늘었고 IPTV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AI바로가기 서비스로 중장년층 가입자 기반 확대를 노린다.
주주환원도 모두 챙겼다. KT는 FY2026~2028년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며 2026년 연간 최소 주당 배당금(DPS)을 2400원으로 제시했고 1분기 배당금은 60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2월 발표한 2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분기 배당을 재개하며 주당 830원을 책정했다. LG유플러스는 오는 5월 15일 약 80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소각한다. 지난해 8월 1000억 원 규모 소각에 이어 2년 연속이다.
한편 KT CFO 민혜병 전무는 "AX Platform Company 비전 아래 AX 기반 성장을 지속하고 수익성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박종석 CFO는 "고객가치를 중심으로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예화된 AI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회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여명희 CFO는 "통신 본업의 수익성 강화를 핵심 과제로 삼고 AX 사업의 경쟁력을 체계적으로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남은 변수도 여전하다. SK텔레콤은 유심 해킹 사태에 따른 보안 신뢰 회복 작업이 진행 중이고 AI 데이터센터 고성장세를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KT는 침해사고 관련 고객 보답 프로그램 비용 부담이 2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LG유플러스는 OTT와 경쟁이 격화되는 IPTV 시장에서 AI 접목 전략의 수익 기여도가 시험대에 오른다.
통신 본업이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진입한 만큼 하반기 3사 경쟁의 무게중심은 AI 인프라와 B2B AX 영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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