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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톡(talk)!세상] 생각과 판단의 외주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게 관대해졌다. AI가 내놓는 결과물에 대한 관대함이다. 이는 AI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까지 포함한다.

[톡(talk)!세상] 생각과 판단의 외주화

AI 탓에 고민은 시간 낭비 치부

직접적 경험·시도 과정 거쳐야

표현 역량 강화… 좋은 지시 가능

내가 ‘중심축’임을 잊지말아야

김희봉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에게 관대해졌다. AI가 내놓는 결과물에 대한 관대함이다. 이는 AI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까지 포함한다. 예를 들어보면 AI가 없던 시절, 즉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시한 사항에 대한 즉각적인 회신이나 초안 대비 180도 달라진 내용은 담당자의 생각과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지적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AI가 일상과 업무에서 하나둘씩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인식은 달라졌다. AI가 바로바로 제시하는 결과물에 만족해한다. 오히려 생각과 고민의 과정 등은 시간 낭비이자 불필요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여기에는 판단도 포함된다. 실제로 사람의 판단보다 AI의 판단을 신뢰하는 경향도 있다. 일부는 수긍된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인식과 모습이 일상 속 저변에 자리를 잡게 된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생각했다고 인식하는 것이나 AI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마치 밀키트(meal kit)로 조리한 음식을 자신이 요리한 음식으로 착각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맛이 있으면 자신이 잘 만든 것이고 맛이 없으면 밀키트가 문제라는 식이다.

AI에 대한 관대함은 자연스럽게 외주화로 연결된다. 대표적으로는 생각과 판단의 외주화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해보면 어떤 문제나 이슈를 마주하게 되면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AI에게 생각을 맡긴다. 그리고 AI가 제시하는 결과물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AI가 제시한 결과물에 대한 맹신이나 사람이 주는 피드백에 대한 불신 등도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생각의 과정은 사라지고 판단이 아닌 선택만 하는 것이다.

물론 AI의 발전 속도나 양상으로 미루어볼 때 상당수의 문제는 AI의 생각과 판단에 의존하거나 이를 준용해서 해결하는 것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생각과 판단을 AI에게 외주화했을 때 이로인한 책임까지도 회피하거나 AI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AI에게 외주화를 하기 전에 몇 가지 살펴볼 것이 있다. 비단 AI뿐만은 아니겠지만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분명한 목적과 기대하는 결과물(output image)을 생각해야 한다. 목적과 기대하는 결과물이 없거나 두루뭉술할 경우,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전제가 충족되었다는 가정 하에 개인에게 실제로 요구되는 것이 있다. 축적된 지식과 직접적인 경험 그리고 비판적, 창의적 사고다. 축적된 지식은 이른바 도메인 지식(domain knowledge)이다. 이러한 지식이 있어야 일하는 과정상에서 생각도 할 수 있고 결과물에 대한 판단도 할 수 있으며 해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지식 습득의 주체는 개인이다. 그리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직접적인 경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지식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굳이 학문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암묵지(tacit knowledge)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비판적, 창의적 사고도 빠질 수 없다. 이와 같은 사고는 저절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더해 AI에게 외주화한다면 구체적인 지시는 기본이다. AI에게 어떻게 지시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문제다.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역량이기도 하다. 그리고 AI가 제시한 결과물에 대한 교차확인과 삼각검증을 하는 것도 기본에 속한다. 서로 다른 AI를 통해 할 수도 있고 전문가에게 문의해볼 수도 있다. AI의 특성상 매번 다른 결과물이 제시되어 일관성이 보여지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경향성은 확인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오차나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AI에게 생각과 판단을 외주화하는 일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히 효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과 판단의 중심축은 여전히 자신에게 있다는 점은 잊어서는 안된다.

/김희봉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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