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우리금융
경쟁사들이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이는 동안 임종룡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은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의 핵심 동력인 우리은행 실적이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1분기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5310억원으로 전년 동기(6340억원) 대비 1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이 1조1010억원, 신한은행이 1조1571억원을 기록하며 나란히 1조원을 돌파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주 전체로 봐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6038억원으로 전년 동기(6167억원)와 비슷한 수준에 그쳤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1분기 실적 부진의 핵심은 해외법인과 비은행 계열사에서 동시에 터진 일회성 손실이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우리소다라은행이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한 데다 금융사고 여파까지 겹치면서 1000억원대 충당금이 한꺼번에 반영됐다.
우리금융 측은 "중동전쟁에 따른 시장 변동성과 해외법인 관련 일회성 충당금을 반영한 결과"라며 "외부 환경에 기인한 일시적 요인으로 시장지표 안정화에 따라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 법인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충당금 부담을 두고 시장에서는 "일회성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우리은행은 야심차게 추진하던 서울시금고 탈환에도 실패했다. 서울시는 이달 12일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1금고와 2금고 모두 신한은행을 1순위 우선 지정 대상으로 선정했다. 우리은행은 2019년 신한은행에 빼앗긴 1금고 자리를 되찾지 못했다. 올해 입찰에서는 부행장 직속 전담 TFT를 구성하고 서울 25개 자치구 중 14개 구금고를 보유한 실적을 앞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우리은행의 서울시금고 독점 기간은 무려 104년(1915~2018년)이었다. 다음 입찰 기회는 2030년이다.
임종룡 회장이 밀고 있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의 핵심 카드, 동양생명도 초라한 성적표를 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이 250억원으로 전년 동기(460억원) 대비 45.7% 급감했다. 보험사 미래 수익 원천인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이 940억원으로 전년(1900억원)에서 반 토막 났고, 보장성 APE(연납화보험료)도 35.5% 줄었다. 인수 직후 첫 실적 기여 시즌에 나온 성적표로서 임 회장에게 '비은행 운용 전문성 제고'라는 무거운 숙제가 추가됐다.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6%로 중장기 목표(13%)를 조기 달성했다. 다만 여기서도 지적이 나온다. 이번 CET1 상승폭 0.7%포인트 가운데 0.6%포인트가 토지 재평가 효과에서 나왔다. 임종룡 회장의 연임이 주주총회에서 확정된 지 8일 만에 이뤄진 회계정책 변경이어서 시장에서는 눈길을 끄는 시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분기배당은 주당 220원으로 전년 대비 10% 올렸고 자사주 매입·소각 2000억원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1분기 실적을 끌어내린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 사태는 해외 현지법인의 내부통제 수준이 국내에 비해 취약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영업점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만큼이나 해외법인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 동양생명 수익성 회복도 빠른 시간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의 성패가 동양생명의 정상화 속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경쟁 구도도 불리해졌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나란히 분기 순익 1조원을 돌파하며 격차를 벌리는 사이 우리은행은 이제 4위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 2분기에 일회성 요인이 걷히고 시장 변동성이 안정화되면 실적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의 입장이다. 그러나 해외법인 내부통제·비은행 수익성 정상화·경쟁사와의 격차 축소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임종룡 회장의 고민은 당분간 깊어질 전망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