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월 배경의 원신 미니니 팝업이 진행된 케이팝스퀘어 홍대점 전경. / 사진=IPX 제공
팝업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건물 밖까지 길게 늘어서 있다.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온갖 언어가 뒤섞인 대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포토존 앞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팬들이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홍대 케이팝스퀘어에서 열리고 있는 게임 '원신' 캐릭터를 재해석한 '원신 미니니'의 팝업 현장 풍경이다.
최근 홍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 업계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다양한 오프라인 공간으로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단순한 굿즈나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팝업스토어, 테마 카페 등을 통해 세계관을 구현하고 팬들에게 경험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지로 '홍대'가 자연스럽게 부상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홍대는 외국인 방문객 선호도 2위를 기록하는 핵심 관광지로 꼽힌다. 이 곳에서는 K팝 공연과 댄스 버스킹, 아이돌 생일카페 등 한국 특유의 트렌디한 '팬덤 문화'를 가장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팬덤 친화적인 홍대는 서브컬처 업계에도 유효한 인프라다. 이른바 덕후 팬층을 보유한 게임, 애니메이션, 키덜트 타겟의 캐릭터 IP의 최신 트렌드 역시 홍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 세계 Z세대 관광객들이 모이는 공간인 만큼, 이곳에서 열리는 팝업은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에게 자연스레 노출된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찍어 올리는 인스타그램·틱톡 게시물은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퍼져 나간다. 결국 홍대에서의 반응이 해외 팬들의 반응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창구이기도 하다.
원신 미니니 팝업 '인산인해'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기업들 중 하나가 IPX(구 라인프렌즈)다. IPX는 K팝 및 서브컬처 팬덤, 그리고 글로벌 관광객이 밀집한 홍대에 스토어를 운영하며 팬들과 꾸준이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 단발성 팝업으로 소비되고 마는 방식이 아닌, 홍대라는 공간을 새로운 IP를 선보이고 팬들과 직접 만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그 중심에는 케이팝스퀘어 홍대에서 열리고 있는 '원신 미니니' 팝업이 있다.
원신 미니니는 IPX가 2024년 글로벌 게임사 '호요버스'와 IP 비즈니스를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탄생시킨 캐릭터다. 당시 처음 공개된 원신 미니니는 게임 원신의 마스코트 '페이몬'을 비롯한 이나즈마 지역 캐릭터 7종을 IPX 특유의 크리에이티브로 재해석해 귀엽고 친근한 형태로 풀어냈다. 원작 팬에게는 새로운 매력으로, 게임을 접하지 않은 이들에겐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다. 이러한 열기는 도쿄 시부야·타이베이 등까지 이어졌다.
리월 배경의 원신 미니니 팝업을 즐기고 있는 코스튬 플레이어와 팬들의 모습. / 사진=IPX 제공
이번에 두 번째로 열린 원신 미니니 팝업에서는 번영을 상징하는 동양풍 항구 도시 '리월' 지역의 캐릭터 8종(치치·요요·각청·감우·호두·행추·소·종려)이 각각의 매력을 가진 미니니로 재탄생했다. 팝업 공간은 붉게 물든 기암절벽과 운무가 어우러진 화광림의 노을빛 절경을 배경으로 한 아치형 목조 다리가 시선을 끌며 게임 속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홍등이 걸린 동양풍 구조물 사이로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 팬들로 메인 포토존은 쉴 틈 없이 북적이고, 원신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어와 게임 성우들까지 깜짝 등장해 게임 밖까지 확장된 IP 경험을 제대로 선사한다.
이렇게 게임 IP의 확장된 체험의 즐거움은 제품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응으로 연결된다. 인형, 피규어, 컵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인 이번 팝업에서 가장 많은 팬들의 시선을 붙든 리월 지역 대표 캐릭터 종려 피규어를 담은 무선 충전기와 아크릴 랜덤 키링은 품절 현상이 이어졌다. 이외에도 머그컵, 캔뱃지, 아크릴 스탠드 등 한 번 손에 집어든 팬들은 좀처럼 내려놓지 못한 채 결제 줄로 향했다.
실제로 작고 귀여운 원신 미니니에 이끌려 홍대를 지나다 발걸음을 들인 일반인들이나 해외 관광객들도 팝업 내부 공간을 찾으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K팝 팬들의 성지로 자리잡아온 케이팝스퀘어 홍대가 이제는 서브컬처 팬들과 일반 대중까지 자연스럽게 오가는 공간으로 그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홍대 점령한 서브컬처 열풍
게임뿐만 아니다. 서브컬처의 또 다른 축인 애니메이션 역시 홍대에서 오프라인으로 즐기는 문화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서브컬처 콜라보 카페 '투니크'가 대표적이다. 인기 애니메이션과 협업해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메뉴와 오리지널 MD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팬덤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애니메이션 '데스노트'와 손잡고 홍대·부산 동시 콜라보 카페를 운영하며 캐릭터별 디저트 메뉴와 명장면을 담은 아크릴 키링 등 한정 MD를 선보였다. 지난해 7월에는 이토 준지 콜라보 카페를 통해 작품 특유의 기괴하고 매혹적인 분위기를 식음료로 구현하고 럭키드로우 이벤트로 마니아층의 수집 욕구까지 자극했다. 두 행사 모두 국내 팬은 물론 외국인 방문객의 발길도 이어지며, 홍대 서브컬처 팝업이 문화 체험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AK플라자에서 진행된 체인소 맨 팝업스토어(왼쪽)와 쇼미더머니 12 팝업스토어 행사 포스터. / 사진=각사 제공
이처럼 홍대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서브컬처의 오프라인 무대로 자리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AK 플라자 홍대점은 차별화된 IP 콘텐츠를 바탕으로 국내 대표 서브컬처 성지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체인소 맨' 팝업스토어가 열리기도 했다. 작품 세계관을 반영한 공간 연출과 주인공 덴지의 상징인 심장 핀뱃지 등 굿즈들을 통해 마니아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달에는 힙합 서바이벌 '쇼미더머니 12' 공식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그래피티 디자인과 네온 조명, 공연 무대를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힙합 특유의 감성을 오프라인으로 구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팬들에게 오프라인 공간은 IP 세계관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같은 취향의 팬들과 그 감동을 직접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디지털로는 대체할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며 "홍대를 거점으로 한 오프라인의 열기는 자연스럽게 해외로 번지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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