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가 AI 에이전트 결제 표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비자·마스터카드·코인베이스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글로벌 결제 표준 테이블에, 국내 결제사 중 유일하게 자리를 잡았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일(미국 동부시간) 리눅스 재단이 발족한 'x402 재단(x402 Foundation)'의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고 6일 밝혔다. x402는 AI 에이전트가 사람의 개입 없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 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범용 결제 프로토콜이다. AWS·스트라이프·클라우드플레어·아마존 등도 재단에 이름을 올렸다.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에이전틱 페이먼트 등 차세대 결제 방식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자산 거래 표준화 취지에 공감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x402는 1990년대부터 인터넷 코드에 존재했지만 한 번도 실제로 쓰이지 않았던 HTTP 상태 코드 '402(결제 필요)'를 되살린 프로토콜이다. 웹 상호작용에 결제 기능을 직접 내장해 AI 에이전트가 API를 호출하는 순간 별도 회원가입이나 카드 입력 없이 즉시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하는 구조다.
기존 결제가 사람이 화면을 보며 승인하는 방식이었다면, x402는 기계가 기계에게 결제하는 새로운 레이어를 만든다.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중립적 오픈소스 표준으로 법정화폐와 가상자산 결제를 모두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코인베이스가 기술을 주도하고 리눅스 재단이 거버넌스를 맡아 탈중앙성을 확보한 구조다.
카카오페이의 x402 재단 합류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또 하나의 글로벌 표준 참여'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가 연결할 수 있는 생태계의 규모와 밀도가 다르다.
실제 카카오톡은 국내 메신저 점유율 97%, 월간 활성 사용자 4890만 명의 사실상 국민 인프라다. 카카오페이는 그 위에서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42.4%, 월간 활성 사용자 24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사용자도 있고, 에이전트 인프라도 갖춰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2월 Open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10월에는 카카오톡 내 ChatGPT 서비스를 출시해 출시 10일 만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카카오맵·선물하기·예약하기·멜론 등 자체 서비스를 ChatGPT와 연동해 AI가 실제 액션을 수행하는 '카카오 도구'도 공개됐다.
이에 맥킨지는 에이전트가 새로운 인프라를 기다리는 대신 기존 커머스 레일 위에서 먼저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에서 그 레일의 핵심 후보는 카카오페이다. 에이전트가 "강남 이탈리아 레스토랑 예약해줘"라고 지시받으면 카카오맵으로 검색하고 예약하고 카카오페이로 결제까지 하나의 플로우로 이어지는 구조가 카카오 생태계 안에서는 이미 설계돼 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카카오톡 안에서 AI가 직접 결제가 가능해진다. "강남 이탈리아 레스토랑 예약해줘" → ChatGPT for Kakao가 카카오맵 검색 → 예약 → 카카오페이 X402 자동 결제까지 한 번에, 사람이 결제 버튼 누를 필요가 없어진다. 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엄마 생일선물 3만원대로 골라서 보내줘" → AI가 카카오 선물하기 카탈로그 탐색 → 결제 → 발송까지 자율 실행 또한 가능해질 전망이다.
실제 카카오페이의 이번 행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플랫폼·거래소·증권사·카드사가 얽힌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싸움이 한창인데, 모든 진영이 공통적으로 집중하는 건 결국 같다. 사용처와 유통망 확보다.
카카오페이가 x402 기반 에이전틱 커머스를 자사 생태계에 통합하고, 4900만 카카오톡 사용자를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생태계로 연결하는 데 성공한다면 네이버·업비트·토스 등 경쟁 진영 대비 구조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기존 카드 네트워크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기계 간 초소액 결제 계층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새로운 사용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인 거래업계 한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법도 사람이 직접 거래를 지시하는 구조를 전제하고 있어, AI 에이전트가 사전 위임을 받아 자율적으로 결제하는 방식에서는 법적 쟁점이 남는다"면서 "영국도 2026년 2월 에이전틱 AI 결제를 위한 규제 변경 검토를 공식 과제로 제시한 만큼 이는 한국만의 문제라 볼 수 없고, 카카오페이가 글로벌 표준 설계 테이블에 창립 멤버로 앉았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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