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가 지난 12일 발표한 1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완전히 뒤집었다. 매출 3285억원(전년 동기 대비 +419.8%), 영업이익 2121억원(+2584.8%), 당기순이익 1700억원으로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을 썼다. 출시 논란, 완성도 우려, 하한가 충격까지 겪었던 붉은사막이 역주행 흥행에 성공하며 회사 전체를 통째로 바꿔놓은 것이다. 이에 증권가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상향하며 "글로벌 게임산업에서도 매우 드문 역전극"이라고 평가했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이날 펄어비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27.5% 올린 6만5000원으로 상향하고 매수 의견을 유지했다. 안재민 연구원은 "연말까지 1000만장 판매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며 올해 판매량 추정치를 950만장으로 80.6% 상향했다. DS투자증권도 영업이익 추정을 4536억원에서 5298억원으로 올렸다. 증권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산업에서도 매우 드문 역전극"이라며 "회사의 피드백 반영으로 봤을 때 차후 신작은 더 큰 성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목표주가 10만원으로 가장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붉은사막의 단독 매출 2665억원이다. 지난 3월 20일 출시돼 1분기 말 10여 일치 매출만 반영됐음에도 전체 매출의 81%를 혼자 채웠다. 해외 매출 비중은 94%로 이 중 북미·유럽이 81%를 차지했다. PC와 콘솔 매출 비중이 각각 50%로 집계됐고, 콘솔 비중은 전분기 대비 31%포인트 급등했다. 검은사막 의존도를 벗어나 글로벌 AAA 콘솔·PC 게임사로 체질을 전환했다는 신호가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영업이익률은 64.6%로, 고정비 구조의 게임 업종 특성상 판매량이 폭발하면 이익이 더 가파르게 오르는 레버리지 효과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붉은사막은 출시 26일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장을 돌파했다. 출시 1일 200만장, 4일 300만장, 12일 400만장, 26일 500만장으로 가속이 붙었다. DS투자증권은 현재 600만장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스팀 이용자 평가는 출시 초기 완성도 논란에도 불구하고 펄어비스가 빠르게 패치를 쏟아내며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 등급을 유지 중이다. 회사는 2분기에도 DLC·세계관 확장 콘텐츠 등 지속 업데이트로 신규 판매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2분기 실적 기대도 크다. 회사가 제시한 2분기 가이던스는 매출 2713억~3247억원, 영업이익 1296억~1767억원이다. 2분기부터는 3개월치 매출이 온전히 반영된다. 연간 가이던스는 매출 8790억~9754억원, 영업이익 4876억~5726억원으로 연간 영업이익률 최대 58%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더불어 펄어비스는 5월 들어 자회사 펜리스 크리에이션(구 CCP ehf.)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경영 효율화도 단행했다. 아이슬란드 기반 EVE 온라인 개발사를 보유한 이 자회사를 정리함으로써 붉은사막·검은사막 IP에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DLC·추가 콘텐츠로 붉은사막의 장기 흥행을 이어가면서 도깨비·Plan8 등 차기작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 화두는 결국 붉은사막이 롱런 타이틀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로, 6월 예정된 추가 사후지원 업데이트 이후 판매 흐름이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연간 가이던스 달성 여부와 주가 재평가의 첫 번째 검증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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