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더현대 하이'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올해 들어 가장 조용한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히던 현대백화점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주가가 15% 넘게 뛰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방한 외국인 급증, 면세점 구조 재편, 자회사 실적 개선이라는 세 축이 맞물리면서 증권가도 목표주가를 잇따라 올리는 분위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이날 오전 9시 41분 전일 대비 1만9700원(20.00%) 오른 11만87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최근 현대백화점 주가를 끌어올린 첫 번째 동력은 인바운드 수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한 달에만 206만명이 방한해 월별 기준 최고치도 경신했다. BTS의 광화문 공연이 촉매 역할을 했고, 원화 약세 국면이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구매력이 높아진 점도 맞물렸다.
이 수혜가 백화점으로 직결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2025년 연간 외국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명품뿐 아니라 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소비가 확산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개점 이후 182개국 외국인이 다녀간 서울 필수 관광지로 자리 잡으며 인바운드 수요의 핵심 집객 거점이 됐다. 증권가에서는 "객단가가 높은 외국인 수요가 지속 확대될 경우 올해 실적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두 번째 동력은 면세점 사업의 구조적 전환이다. 현대백화점의 면세사업 자회사 현대디에프는 지난해 2018년 사업 개시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흑자(2억원)를 달성했다. 시내면세점 비효율 구조를 과감하게 정리한 결과다. 동대문점 영업을 종료하고 무역센터점을 3개 층에서 2개 층으로 축소 운영하면서 고효율 MD 위주로 재편했다.
올해에는 더 큰 변화가 있다. 현대디에프가 이달 28일 인천국제공항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 영업을 시작한다. 인천공항에서 DF5·DF7에 이어 DF2까지 운영하게 되면서 전 카테고리를 갖춘 '풀 카테고리' 사업자로 올라서게 됐다. 유리한 조건으로 들어간 것도 강점이다. 현대디에프가 써낸 객당 임대료는 5394원으로, 전임 사업자인 신라·신세계가 적용받던 9000원대보다 약 40% 낮다. 고마진 상품군을 저비용 구조로 운영하는 조합이 갖춰진 셈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DF2 운영 개시를 위해 자회사 현대디에프에 1000억원을 추가 출자했고, 이로써 면세사업 누적 출자액은 6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실적 또한 최근 주가 상승의 든든한 배경이 됐다. 현대백화점은 2025년 연결 기준 순매출 4조2303억원, 영업이익 378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2% 급증하며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압구정본점·판교점·더현대서울 등 핵심 점포가 고른 성장세를 이끌었다. 판교점은 매장 확장 없이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 연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기록도 세웠다.
올해 1분기는 다소 숨 고르기가 예상된다. 흥국증권은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을 10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를 전망했다. 가구·매트리스 자회사 지누스가 지난해 반덤핑 소송 승소에 따른 일회성 충당금 환입 효과가 사라지면서 기저 부담이 발생하는 탓이다. 다만 백화점 본업은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특히 증권가의 시각은 단기 부진보다 연간 흐름에 집중돼 있다. 한화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 13만원을 제시했고, IBK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도 각각 11만9000원, 13만원으로 새로 목표가를 제시하거나 상향했다. NH투자증권·LS증권·교보증권·흥국증권 등도 10만원 이상의 목표가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4300억~4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 이상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현재 주가 기준 2026년 예상 실적 대비 PER은 9배 안팎으로, 업종 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대신증권은 일본 백화점들이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22년 5% 내외에서 2024년 15%까지 확대되며 주가가 대폭 재평가된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 백화점 기업들의 저평가 해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DB증권도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4335억원(+6.8%)을 전망하며 외국인 수요 확대가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내국인 소비 심리도 뒷받침된다. 코스피 6000 시대가 열리면서 자산시장 회복에 따른 소비 여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반기 출점 계획도 모멘텀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대백화점은 충청북도 청주시에 커넥트현대 출점을 계획하고 있으며, 부산 에코델타시티 프리미엄 아울렛과 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은 2027년 개점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지누스도 신규 고객사 ODM 수주와 고정비 절감을 통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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