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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테크 리포트] 전기차·SDV 시대, 자동차 개발 승부처는 '플랫폼'이다

자동차 및 모빌리티 산업은 더이상 차량을 잘 만드는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Defined Vehicle, SDV), 자율주행, 생성형 AI, 지속가능성이라는 변화가 동시에 밀려오면서 완성차...

[테크 리포트] 전기차·SDV 시대, 자동차 개발 승부처는 '플랫폼'이다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3DEXPERIENCE Platform)은 아이디어 발상부터 설계, 시뮬레이션,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협업 환경에서 지원한다. [제공=다쏘시스템]

[테크월드=이광재 기자] 자동차 및 모빌리티 산업은 더이상 차량을 잘 만드는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Defined Vehicle, SDV), 자율주행, 생성형 AI, 지속가능성이라는 변화가 동시에 밀려오면서 완성차 기업의 경쟁력은 제품 자체를 넘어 개발 방식과 협업 구조, 데이터 활용 역량에서 결정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요한 것은 개별 솔루션의 도입이 아니라 전사적 개발 프로세스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차량 개발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연구소나 단일 부서 안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조직, 외부 파트너, 제조 현장, 공급망이 동시에 연결돼야 하며 이 모든 과정에서 동일한 데이터와 일관된 의사결정 체계가 유지돼야 한다.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3DEXPERIENCE Platform)은 아이디어 발상부터 설계, 시뮬레이션,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협업 환경에서 지원한다.

카티아(CATIA), 델미아(DELMIA), 시뮬리아(SIMULIA), 에노비아(ENOVIA) 등 주요 브랜드 솔루션은 가상 엔지니어링(Virtual Engineering), 제조 혁신,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반 시뮬레이션,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자동차 기업들이 복잡한 산업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니오(NIO), 글로벌 R&D 협업으로 3년 만에 전기 SUV 출시

이러한 플랫폼 기반 혁신의 대표 사례가 중국 전기차 기업 ‘니오(NIO)’다.

2014년 설립된 니오는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전기차 스타트업이었다. 그러나 중국, 미국, 유럽에 분산된 엔지니어링 팀이 서로 다른 도구와 서면 절차에 의존하면서 협업과 데이터 공유에 어려움을 겪었다.

플랫폼 전환 이전에는 북미 팀이 중국 팀의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에게 이는 단순한 업무 비효율이 아니라 개발 속도와 품질, 시장 대응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한계였다.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서 구현된 니오 ‘ES8’의 3D 모델. 설계자는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통합 엔지니어는 전체 3D 모델을 실시간으로 검토하며 슬라이싱, 측정, DMU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 [제공=다쏘시스템]

니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과 일렉트로모빌리티 액셀러레이터 산업 솔루션(ElectroMobility Accelerator Industry Solution)을 도입했다.

플랫폼 전환은 단 4개월 만에 완료됐으며 에노비아를 통해 위치와 관계없이 전체 차량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엔지니어들은 버추얼 트윈 환경에서 차량의 3D 목업(3D Mock-up)을 언제든지 검토하고 슬라이싱(Slicing), 측정, 디지털 목업 검사(Digital Mock-up Inspection, DMU Inspection)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전체 차량 데이터 로딩 시간은 기존 3시간 이상에서 15분으로 단축됐다. 또 델미아를 통해 제조 공정을 디지털로 계획하고 검증하면서 공장 파트너와 함께 글로벌 생산 성능과 품질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고 동기화할 수 있었다.

이러한 통합 환경은 NIO의 개발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니오는 플래그십 전기 7인승 SUV ES8을 콘셉트 수립부터 시장 출시까지 단 3년 만에 완성했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사가 신차 개발에 4~5년 이상을 소요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는 글로벌 협업과 데이터 통합이 개발 기간을 얼마나 압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현재 니오는 스웨덴과 인도 파트너를 포함한 모든 제품 개발을 단일 시스템에서 통합 운영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한 차세대 기업 기술 플랫폼 NP2.0 역시 3D익스피리언스를 기반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레거시 IT 통합으로 개발 시간 최대 40% 단축

재규어 랜드로버(Jaguar Land Rover, JLR)의 사례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 복잡한 레거시 IT(Legacy IT) 환경을 통합 플랫폼으로 전환할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라는 두 브랜드를 보유한 JLR은 포드를 거쳐 타타 모터스(Tata Motors)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포드 등 이전 소유주로부터 다양한 자동차 산업 소프트웨어를 물려받았다.

이처럼 파편화된 IT 환경은 JLR의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뒷받침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설계 데이터는 여러 시스템에 흩어져 있었고 팀간 데이터 공유와 협업 과정에서는 지속적인 병목이 발생했다.

JLR은 다쏘시스템과의 i-PLM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파편화된 IT 환경을 통합하고 버추얼 트윈 기반 협업 환경에서 차량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높였다. [제공=다쏘시스템]

JLR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쏘시스템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i-PLM’이라는 비즈니스 전환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핵심은 전사적인 설계 데이터 통합과 버추얼 트윈 기반 협업 환경 구축이었다.

JLR은 다쏘시스템의 솔루션을 전사에 배포해 데이터를 생성하고 공유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전반적으로 바꿨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교체가 아니라 제품 개발 조직이 동일한 데이터 기반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업무 방식을 재설계하는 과정이었다.

그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JLR은 i-PLM 전환 이후 일부 제품 개발 직군에서 최대 40%의 시간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레거시 IT 환경을 정리하고 설계와 검증, 협업을 통합된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운영하는 것이 개발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기업처럼 조직과 브랜드, 개발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 플랫폼 통합은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미래 제품 개발 경쟁력을 회복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DFAC, 병렬 개발 실험으로 입증한 설계 효율 30% 향상

동펑자동차(Dongfeng Automobile Corporation, DFAC)는 디지털 R&D 플랫폼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그 효과를 실제 개발 프로젝트에서 비교 실험으로 검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DFAC는 신규 밴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으로 신규 트럭은 기존 방식으로 동시에 개발하는 병렬 실험을 진행했다. 두 차량은 모두 신에너지 차량(New Energy Vehicle, NEV) 기반으로 개발 중이었으며 이 실험은 DFAC가 경영 리더십 강화와 R&D 역량 고도화를 위해 추진한 신규 R&D 플랫폼 도입 계획의 일환이었다.

구조 설계자와 전체 배치 엔지니어는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기반 통합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 전환이나 데이터 변환 없이 설계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 [제공=다쏘시스템]

DFAC는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서 카티아와 글로벌 모듈러 아키텍처 솔루션(Global Modular Architecture Solution)을 활용해 버추얼 트윈 기반으로 밴 개발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방식 대비 설계 프로세스 효율은 30% 향상됐고 설계 문제는 70% 감소했다. 단일 통합 환경에서 제품 개발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관리함으로써 부서간 데이터 단절과 반복 오류를 줄인 결과다.

이는 디지털 플랫폼이 개발 속도뿐 아니라 설계 품질과 오류 관리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DFAC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디지털 전환의 효과를 추상적인 비전이 아니라 실제 비교 실험을 통해 보여줬다는 점이다.

동일한 시기에 서로 다른 개발 방식을 적용한 결과 통합 플랫폼 기반 개발이 기존 방식보다 높은 효율과 낮은 오류율을 보였다는 점은 자동차 R&D 조직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DFAC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신에너지 차량 개발 전반에 3D익스피리언스를 확대 적용하며 경량 상용차 비즈니스의 R&D 역량 강화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협업·데이터 통합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좌우”

니오, JLR, DFAC의 사례는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됐지만 하나의 공통된 결론으로 이어진다.

자동차 개발 경쟁력은 더 이상 개별 엔지니어의 역량이나 특정 부품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글로벌 팀이 동일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업할 수 있는지, 설계와 제조, 검증 과정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물리적 개발 이전에 가상 환경에서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특히 전동화와 SDV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차량 개발의 복잡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 소프트웨어, 전장, 열관리, 제조 공정, 공급망이 동시에 고려돼야 하며 하나의 설계 변경이 전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빠르게 검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부서별로 단절돼 있거나 지역별 조직이 서로 다른 시스템에 의존한다면 개발 속도와 품질은 모두 제한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통합 플랫폼 위에서 버추얼 트윈과 실시간 협업 환경을 활용할 수 있다면 기업은 복잡성을 통제하면서도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결국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도구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개발 방식의 재구성’에 가깝다.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아이디어, 설계, 시뮬레이션, 제조, 협업을 하나의 디지털 연속성 안에서 연결함으로써 자동차 기업들이 변화의 속도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니오의 3년 내 양산 달성, JLR의 최대 40% 개발 시간 단축, DFAC의 설계 효율 30% 향상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말한다.

미래 모빌리티 경쟁은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그 데이터를 얼마나 통합적으로 연결하고 얼마나 빠르게 실행 가능한 의사결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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