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시현 기자) 인공지능 연산에서 핵심 병목으로 지목돼온 메모리 부담을 줄이는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방향성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메모리 사용량을 최대 6분의 1 수준까지 낮추는 기술이 실제 시장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효율 중심 AI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단기 수요 둔화 가능성과 동시에 장기 수요 확대라는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AI 모델 메모리 효율을 높이는 ‘터보퀀트’ 기술이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구글이 개발한 ‘터보퀀트’는 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크게 줄이면서도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양자화 기반 알고리즘이다. 기존에는 고정밀 데이터 처리를 위해 대규모 메모리가 필요했지만, 이 기술은 데이터를 저비트로 압축해 저장과 연산 부담을 동시에 낮춘다.
○ AI 구조 바꾸는 ‘메모리 압축 혁신’
기술 구조는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다. 먼저 입력 데이터를 무작위 회전시켜 극단값을 줄인 뒤 개별 요소를 양자화해 압축 효율을 높인다. 이어 오차까지 다시 압축해 -1과 1 중심의 단순한 값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연산 효율을 끌어올린다.
이 과정에서 핵심 정보는 유지하면서 저장 용량과 계산량을 동시에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인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이 기술이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를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AI가 고용량 중심에서 고효율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기술 접근성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반도체 수요 역시 질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규모 모델 운영 효율을 높이는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수요 감소 아닌 ‘제본스 역설’ 가능성
이 같은 변화가 반드시 수요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메모리 효율 향상이 오히려 소비 확대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현실 시장에서는 압축 효과만큼 수요가 줄어드는 단순한 구조로 흐르지 않는다”며 “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새로운 응용이 늘어나면서 전체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효율 개선이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제본스 역설’을 언급하며 “AI 추론 비용이 낮아질 경우 기존에 활용되지 못했던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메모리 사용량이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AI 칩 경쟁으로 재편…한국 기업 ‘분수령’
산업 구조 측면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권 교수는 메모리의 역할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능형 컨트롤러 메모리 스토리지(ICMS)가 단순 저장소를 넘어 AI 연산 흐름을 조율하는 핵심 계층으로 재정의될 것”이라며 “GPU와 결합된 시스템 단위가 늘어나면 전체 메모리 수요도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향후 고객사들은 메모리 압축과 재활용 등 다양한 기술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메모리 기업이 단순 공급자가 아니라 AI 맞춤형 설계 역량을 갖춘 ‘AI 칩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수 교수 역시 중장기적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메모리 병목을 해결하면 AI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이는 결국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의 시기가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권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단기 대응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향후 수년간 경쟁 구도가 결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터보퀀트는 단순한 수요 감소 요인이 아니라 산업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효율 혁신이 시장 축소로 이어질지, 새로운 수요 확대로 연결될지는 기술 대응 전략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메모리 중심 산업이 AI 컴퓨팅 솔루션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준비된 기업만이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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