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세청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다. 정부 정책 목표에 맞춘 즉응적(卽應的) 세무조사가 전방위로 실시되고, 국세 체납관리단의 대규모 증원 논의와 세외수입 징수를 위한 인력 재배치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직원들에 대한 성과 포상금 확대라는 당근까지 제시되며 조직 전체가 마치 거대한 ‘성과 창출 기계’처럼 돌아가는 모양새다. 활기 넘치는 ‘신나는 세정’의 현장 같지만, 실상은 국가 조세 행정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정책 목적의 ‘즉응적’ 대응, 세정의 중립성은 어디로 갔나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세무조사가 정책적 목적에 따라 지나치게 ‘실시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세무조사는 법적 요건에 따라 엄격하고 중립적으로 시행하고, 쓸 때는 매섭고 무겁게 써야 하는 국세청의 가장 강력한 권한이다.
그러나 특정 정책 기조가 강조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전격적인 전수 조사에 착수하는 모습은 국세청이 조세 정의 실현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정부 정책 지원을 위한 손쉬운 집행기관으로 매몰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세외수입 체납 징수를 위해 기존 인력을 급히 조정하고, 전체 정원과 맞먹는 규모의 국세 체납관리단 채용을 논의하는 등 ‘머릿수 맞추기’식 대응은 행정의 전문성을 도외시한 처사로 보인다. 전문 지식 없이 인력 투입만으로 밀어붙이는 징수 행정은 결국 납세자와의 마찰을 키우고, 조세 행정 전반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성과 포상금이라는 ‘독 사과’, 그리고 흔들리는 ‘몸통’
세무공무원들의 근무 의욕 고취를 명분으로 내세운 성과 포상금 확대 역시 양날의 검이다. 징수 실적에 따른 보상은 단기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겠으나, 자칫 공무원이 원칙보다 ‘실적’에 매몰되게 만들 위험이 크다. 이는 곧 무리한 과세와 과잉 징수로 이어져 납세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단기적인 성과 수치에 국세청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매주 단위로 정부 정책의 소방수를 자임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인원을 늘리고 포상금도 지급하니 ‘신나는 세정’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부에서는 전문성이 고갈되고 자부심 대신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
▶‘신나는 세정’보다 ‘뿌리 깊은 신뢰 세정’을 원한다
지금 국세청에 필요한 것은 여느 부처보다 ‘빠른 신속함’이 아니라,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신뢰의 단단함’이다. 국가 재정의 보루인 국세청이 뿌리가 깊어야 국민이 항상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으로 국민은 신나는 세정이 반갑지 않다.
국세공무원의 진정한 의미의 근무 의욕은 납세자 핍박을 유도하는 경쟁을 하여 차별적으로 지급하는 성과 포상금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집행한다는 조세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에서 나온다. ‘인해전술’과 정책 맞춤형 ‘전수 기획 조사’는 당장은 달콤할지 몰라도 결국 단맛에 물든 조직의 근간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음이다.
국세 체납과 국세 부과의 조세 정의 원칙이라는 세정의 뿌리가 깊고 단단해야, 국세청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의 기둥으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박영범 세무사 프로필]
박영범 세무사
△ YB세무컨설팅 대표세무사
△ 국세청 32년 근무
△ 국세청 조사국,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4국 근무
△ 네이버카페 '한국절세연구소'운영
△ 국립세무대학 졸업
박영범 세무사
(sejung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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