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앞두고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급격히 냉각됐다. 전날 7% 가까이 급등했던 코스피는 외국인 매도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히며 5800선을 내줬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4.33포인트(1.61%) 하락한 5778.01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이며 5820선에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웠고, 장중 한때 5,757선까지 밀리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시장에서는 전날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진 가운데 외국인의 방향 전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최근 이틀간 순매수에 나섰으나 이날 1조원을 웃도는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2000억~3000억원 규모 순매수로 대응했지만 하락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율과 유가 역시 시장 불안을 자극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82원을 넘어서며 다시 상승 흐름을 보였다. 한때 급락했던 국제 유가도 반등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키웠다.
간밤 뉴욕 증시는 상황이 달랐다.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의 중재로 2주간 휴전안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소식에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등했다. 다우지수는 2% 후반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S&P500과 나스닥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이 같은 낙관론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휴전 합의 직후 양측이 세부 조건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협상 불확실성이 빠르게 부각된 탓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와 군사력 유지 여부를 둘러싼 입장 차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란 주변에 군사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점도 투자심리를 흔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실상 ‘완전한 휴전이 아니다’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하락을 단순 조정이 아닌 ‘불확실성 반영 과정’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협상 결과가 확인되기 전까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특히 주말 사이 열릴 예정인 양국 협상이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업종별로는 전날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주가 급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삼성전자는 3% 넘게 하락하며 20만원 초반까지 밀렸고, SK하이닉스 역시 100만원선을 내주며 약세를 보였다. 자동차와 방산, 플랫폼 등 주요 대형주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2차전지와 일부 소재주는 상승세를 보이며 시장 내 차별화 흐름을 나타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은 상승 마감하며 위험 회피 국면 속에서도 선택적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습이었다.
코스닥 시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도 속에 지수는 1% 넘게 하락하며 1070선으로 밀렸다. 로봇과 2차전지 일부 종목이 약세를 보인 반면 제약·바이오 일부 종목은 상승하며 업종별 온도 차가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을 기대와 불안이 충돌하는 구간으로 평가한다. 휴전 기대는 분명 긍정적 요인이지만, 실제 협상 타결 여부와 조건에 따라 시장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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