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위원회 청문회서 정치 선 긋기
“경제 데이터·장기 안정성이 기준”
트럼프와 대치, 상원 통과 ‘안갯속’
케빈 워시(
사진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 금리 인하를 요구하더라도 절대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고 우려에도 정면 반박했다.
워시 후보자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장으로 확정될 경우 정치적 고려가 아닌 경제 데이터와 장기적 안정성에 기반해 판단하겠다”며 “연준의 독립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연준을 겨냥해 기준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트럼프는 이날 오전 이뤄진 CNBC 인터뷰에서도 “워시 후보자가 상원 인준 뒤 곧바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실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워시 후보자는 “대통령들은 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공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은 금리를 미리 정하거나 약속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나 또한 그럴 의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절대 아니다. 독립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워시 후보자는 미국의 금리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에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는 금리를 연 1% 이하로 인하하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아울러 “포워드 가이던스를 믿지 않는다. 미래의 결정을 예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발언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시장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통화정책 경로를 사전에 안내하는 장치다. 한국은행도 점도표를 통해 금융통화위원들의 기준금리 전망을 제시하고 있는데, 워시 후보자가 중앙은행의 이런 소통 방식에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청문회 직후 보고서를 내고 시장이 미국의 단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시 후보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물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언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인하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둔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은 워시 후보자가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이 연준의 행보를 예측하기 더 어려워지고,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향후 워시 후보자의 인준 표결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미 법무부는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 지출 혐의를 받는 제롬 파월 현 의장에 대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무리한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 상원 은행위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 구조다. 민주당 의원 전원과 공화당 의원 1명 이상이 반대 의견을 내면 인준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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