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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칼럼] 정완 명예교수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신뢰의 수식으로 풀어야...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성과급의 상당부분을 주식으로 보상해 왔다. 성과급의 일정 부분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보상한다면, 직원은 단순한 월급쟁이를 넘어 회사의 성장을...

[칼럼] 정완 명예교수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신뢰의 수식으로 풀어야...

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전원) 교수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신뢰의 수식으로 풀어야>

대한민국 경제의 상징인 삼성전자가 성과급이라는 거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매년초 반복되는 노사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제 단순한 임금협상을 넘어 기업 근간인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다.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을 가득 채운 노조의 함성과 게시판에 쏟아지는 직원들의 원색적 비판은 지금의 보상체계가 더 이상 구성원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경영진은 경영 효율성을, 직원은 공정한 분배를, 주주는 자산가치 보존을 외치며 평행선을 달리는 이 시점에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 타협 지점을 냉철하게 모색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고질적 문제는, 불투명한 산정 방식의 투명화다. 현재 갈등의 시발점인 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자의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자본비용 등을 모두 제외하고 남은 이익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정작 현장의 직원들은 회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렸음에도, 왜 내 성과급은 깎여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노동의 가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영업이익 연동제다. 경쟁사 SK하이닉스는 이미 2021년 성과급 산정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의 10%로 변경하며 불투명성 논란을 잠재운 바 있다.

투명한 수치는 소모적 의구심을 잠재우고, 직원들에게 내가 이만큼 기여하면 이만큼 받는다는 확실한 동기부여를 제공한다. 지표가 투명해지면 노사는 매년 소모적 협상 대신 파이를 키우는 생산적 관계에 집중할 수 있다.

둘째로, 보상 형태를 다변화하여 주주와 직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 직원은 당장의 현금을 선호하고, 주주는 인건비 지출로 인한 배당감소를 우려한다. 이러한 이해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바로 ‘자사주’ 지급 방식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성과급의 상당부분을 주식으로 보상해 왔다. 성과급의 일정 부분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보상한다면, 직원은 단순한 월급쟁이를 넘어 회사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는 주주가 된다. 이는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낼 뿐 아니라, 주가 부양을 원하는 기존 주주들의 불만도 완화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현금유출 부담을 줄이면서 임직원의 주인의식을 고취할 수 있으니,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처럼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기업에서 임직원이 주주가 된다는 것은 기업과 가계가 동반 성장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셋째로, 성과급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성과급이 연봉의 50%에서 0%로 널뛰는 현재 구조는 직원들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적자 상황에서도 헌신한 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격려금 성격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해 주는 대신, 초호황기에 발생하는 파격적 수익에 대해서는 지급 상한선을 유지하거나, 그 초과분을 미래 R&D 및 시설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적립하는 식의 유연한 설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사측은 경영이 어려울 때를 대비한 비용통제권을 확보하고, 직원은 최악 상황에서도 일정수준의 소득을 보장받는 타협안이다.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성과급 지급 규모에 상응하는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확대 정책을 동시에 발표하여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가 주주 가치 훼손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더불어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삼성전자가 경쟁하는 대상은 국내기업만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인재들은 단순히 연봉 액수뿐 아니라 보상이 자신의 기여도와 얼마나 직결되는지, 그리고 회사의 미래가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고 움직인다.

삼성전자가 초일류기업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상체계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성과급을 단순히 깎아야 할 비용이 아니라, 최고 인재를 끌어모으고 열정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투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경영진과 주주 모두에게 절실하다.

결국 이 모든 타협의 성패는 정보 공유와 신뢰 회복에 달려 있다. 경영진은 성과급 산정근거가 되는 지표를 노조와 투명하게 공유하고, 노조 역시 무리한 요구보다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고려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기는 기술력 한계가 아니라, 내부 결속력이 무너지는 데서 올 수 있다. 구성원들이 회사가 나를 대우해 주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삼성전자의 초격차 기술은 비로소 완성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엔진인 삼성전자가 이번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이는 국내기업 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보상모델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돈의 액수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노력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있다는 확신이다.

경영진의 결단과 노조의 양보, 주주들의 거시적 안목이 어우러질 때 삼성전자는 다시 한번 초일류기업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걸 수 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경제적 부가가치의 장막을 걷어내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공정의 수식을 써 내려가야 할 때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로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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