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김성후 충북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발은 우리 몸의 체중을 지탱하고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큰 불편이 없다가 통증이 생긴 뒤에야 발 건강의 중요성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무지외반증이다. 단순히 엄지발가락이 휘는 미용적인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방치하면 통증과 보행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방향으로 휘어지면서 발 안쪽 관절이 돌출되는 질환이다. 흔히 ‘버니언(Bunion)’이라고 부르는 돌출 부위는 신발과 반복적으로 마찰되면서 통증과 염증을 유발한다. 초기에는 신발을 신을 때만 불편함을 느끼지만, 변형이 진행되면 걷거나 오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발생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
무지외반증은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하이힐이나 앞볼이 좁은 신발을 오래 신어서 생기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발만이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으며, 평발이나 인대가 느슨한 체질, 류마티스관절염과 같은 질환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질수록 문제는 단순히 엄지발가락에만 머물지 않는다. 엄지발가락이 점차 두 번째 발가락과 겹치거나 다른 발가락까지 변형을 일으킬 수 있으며, 체중이 정상적으로 분산되지 못해 발바닥 앞쪽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오래 걷기 어렵거나 운동과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을 정도로 보행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무지외반증을 진단받으면 많은 환자가 보조기나 교정용 기구만으로 치료가 가능한지 궁금해한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의학적 근거에 따르면 보조기나 교정 기구는 이미 진행된 변형 자체를 되돌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돌출 부위의 압력을 줄여 통증을 완화하거나 신발과의 마찰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어 초기 환자에서는 보존적 치료의 하나로 활용된다. 또한 발볼이 넓은 신발을 착용하고 장시간 하이힐 착용을 피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무지외반증 수술도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다. 과거에는 비교적 큰 절개를 통해 뼈를 교정하는 절골술이 주로 시행됐지만, 최근에는 최소침습 무지외반 교정술(MICA, MITO 등)이 도입되면서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작은 절개를 통해 특수 기구로 변형을 교정하는 방식으로, 연부조직 손상이 비교적 적고 흉터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최소침습 수술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무지외반증은 변형의 정도와 관절 상태, 나이, 활동량, 동반 질환 등에 따라 적합한 수술법이 달라진다. 특정 수술법이 모든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무지외반증은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통증과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질환이다. 엄지발가락이 휘어지기 시작했거나 걷기 불편할 정도의 통증이 반복된다면 이를 나이 탓으로 넘기기보다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건강한 보행을 지키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성후 충북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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