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테크뉴스
이란을 둘러싼 중동 긴장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 업계의 시선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넘어 산업용 가스로 옮겨가고 있다.
카타르산 헬륨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첨단 공정의 안정성과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인 헬륨 조달에 대한 불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기업의 비용 부담과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가스는 크게 벌크 가스와 특수 가스로 나뉘는데 질소·수소·아르곤·산소·헬륨 같은 벌크 가스는 공장 전반에 대량 투입되며, 단순 보조재가 아니라 장비 구동과 공정 안정성 자체를 좌우한다.
질소는 퍼지와 산화 방지에, 수소는 고온 어닐링과 EUV 장비 미러 오염 제거에, 아르곤은 플라즈마 형성과 스퍼터링·식각에, 산소는 산화막 형성과 애싱에 쓰인다. 헬륨은 특히 식각 공정에서 웨이퍼 후면 냉각과 열 제어, 진공 누설 점검에 중요해 첨단 미세공정일수록 대체가 쉽지 않다.
카타르가 가스공급 중단을 선언, 세계 헬륨 공급의 약 30%를 담당하는 핵심 생산국 발 충격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을 흔들면서 여파는 반도체 생산 중단보다 먼저 헬륨 수급 불안에 따른 수율 저하와 공정비용 상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는 카타르의 LNG 생산 차질과 함께 헬륨 공급도 타격을 입은 결과 현물가격은 이미 급등했다고 전했고 AP도 카타르의 헬륨 생산 중단이 첨단기술 공급망 전반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카타르산 헬륨 의존도와 중동산 반도체 관련 소재 노출도가 높아, 공급망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기업들이 받는 압박이 대만보다 더 직접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의 경우 미국·호주 등으로 조달 선을 넓혀 상대적으로 완충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 당국과 현지 업계는 조달 다변화와 재고를 근거로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에어리퀴드도 다른 지역 물량을 재배분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한국 기업들이 같은 가스를 놓고 글로벌 고객들과 더 치열한 확보 경쟁을 벌일 수 있음을 뜻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당장 생산라인이 멈출 가능성보다 세 가지 후폭풍이 더 현실적이다.
첫째로, 헬륨은 거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시장이 좁고 가격 형성 구조도 불투명해 카타르발 공급 충격이 곧바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는 특성에 따라 이미 현물가격은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는 공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원가 상승 압력도 한층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로, 헬륨은 후면 냉각과 누설 점검 등 공정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체인 데다 EUV를 포함한 최선단 공정일수록 허용오차가 작아 열 관리 실패가 곧 수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용 절감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첨단 공정 운영의 경직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수소도 EUV 장비 유지와 일부 증착·환원 공정에 필수적인 만큼 에너지와 산업용 가스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확산, 헬륨뿐 아니라 다른 벌크 가스의 조달 비용도 동반 상승하면서 메모리 업황 회복기에도 생산 확대보다 수익성 방어를 우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메모리 업계가 AI 서버용 HBM과 고부가 D램, 기업용 SSD 중심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소재 조달비 불안이 커질수록 범용 제품보다 마진이 높은 제품에 생산 자원과 공급 여력을 우선 배분하려는 전략적 유인이 한층 강해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가스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직접적인 감산보다도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 재고 운영 보수화, 장기 구매계약 확대 같은 방식으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재 헬륨 부족이 아직 즉각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업계 설명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주요 반도체 업체와 가스 공급사들이 수개월 치 재고와 대체 물량 배분을 통해 당장의 생산 차질은 방어할 수 있다고 보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위기관리가 가능한 구간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카타르 LNG 시설 일부의 차질이 3~5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헬륨 수급 불안이 일시적 변수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경색으로 굳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고 확보를 넘어 조달처 다변화, 재활용 확대, 공정별 가스 사용 효율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태는 반도체 공급망의 취약점이 희토류나 포토레지스트 같은 익숙한 소재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보여주는 사건으로 EUV 노광부터 식각 후면 냉각까지 눈에 잘 띄지 않는 벌크 가스가 첨단 반도체 생산의 기반이라는 측면에서 출발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