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율주행 기술 생태계가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데이터 수집과 AI 파이프라인 구축에 집중하며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율주행 기술을 키워왔다.
쏘카가 1500억원 규모의 자율주행 전담 법인을 띄우고 현대차그룹이 모셔널을 앞세워 로보택시 상용화를 밀어붙이는 가운데, 카카오모빌리티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광학 기술을 보유한 LG이노텍과 손을 잡으며 하드웨어 센싱 영역까지 생태계를 확장하는 행보를 택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승부처가 결국 고품질 데이터 확보에 있다는 판단 아래, 플랫폼 운영사와 부품 제조사가 기술 동맹을 맺는 새로운 방정식이 국내 시장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사진=회사제공
카카오모빌리티(대표 류긍선)와 LG이노텍(사장 문혁수)은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양사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데이터 수집 인프라와 LG이노텍의 고정밀 센싱 솔루션을 결합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의 핵심인 대규모 실주행 데이터를 공동으로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한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유기적 결합이다. LG이노텍은 자사의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모듈을 통합한 자율주행 센싱 솔루션을 개발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배포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AI 데이터 파이프라인' 고도화에 직접 적용한다. 각자가 보유한 기술 자산을 맞교환하는 구조로, 양사 모두 단독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빈틈을 메우는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번 파트너십에서 기대하는 것은 글로벌 통용 가능한 기술 기반이다. LG이노텍은 글로벌 완성차 및 자율주행 선도 기업들과 협업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협력을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센싱 기술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E2E(End-to-End) 자율주행 핵심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번 협약은 카카오모빌리티가 2021년부터 이끌어온 'KM 자율주행 얼라이언스'의 외연을 넓히는 행보이기도 하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에스유엠 등 국내 주요 자율주행 기술 기업과 쌓아온 협력 체계가 소프트웨어 중심이었다면, LG이노텍 합류는 하드웨어 영역으로의 첫 번째 본격 확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국내외 기술 기업·제조사·스타트업·학계로 파트너십을 넓히며 자율주행 분야의 오픈 생태계를 구축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LG이노텍과의 협업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필수적인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의 기술적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혁수 LG이노텍 사장은 "자율주행의 완성도는 데이터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협력은 LG이노텍의 센싱 기술력을 고도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자율주행뿐 아니라 로봇·드론 등 신규 분야에서도 고객 맞춤형 센싱 솔루션을 제공하며 피지컬 AI 센싱 분야 톱티어로 자리잡겠다"고 밝혔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은 민간 주도의 대형 투자와 이종 산업 간 연대가 동시에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쏘카-크래프톤 연합이 실주행 데이터의 양적 우위를 내세운다면, 카카오모빌리티-LG이노텍 조합은 센싱 정밀도와 데이터 품질로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웨이모와 테슬라가 미국 시장에서 로보택시 상용화를 빠르게 밀어붙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플랫폼-부품-데이터를 연결하는 자율주행 동맹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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