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카카오가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 위기에 직면하면서 핵심 서비스 운영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신사업 추진 동력이 동시에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 나온다. 본사를 포함한 5개 법인의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된 가운데, 본사를 제외한 4개 계열사는 이미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전날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 결의대회에서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카카오 본사는 오는 27일 오후 3시 2차 조정을 앞두고 있어, 이 결과에 따라 카카오 창사 이래 첫 그룹 차원의 공동 파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 18일 노사가 조정 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한 만큼, 남은 기간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며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본사 파업이 현실화되더라도 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가 직접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카카오톡·다음 등 핵심 서비스는 자동화된 인프라 운영 체계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어 단기적 가동 중단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6일 제주특별자치도 본사에서 열린 제3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문제는 그룹이 '수익화 원년'으로 삼은 AI 사업 로드맵이다. 카카오는 1분기 영업이익 21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호실적을 발판으로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카나나 2.5'와 에이전틱 커머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7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1500억개(150B) 매개변수 규모의 카나나 2.5 공개를 앞두고 있다"며 "비슷한 규모의 국내외 LLM 중 가장 좋은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카나나 2.5를 기반으로 5000만 카카오톡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에이전틱 AI 플랫폼 확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정 대표는 이어 "다음 분기 실적발표 전까지 주요 버티컬 파트너와 연동된 에이전틱 커머스의 초기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카카오톡 내에서 대화 맥락 기반 상품 예약·결제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AI 경험을 하반기 본격 가동한다는 일정이다.
다만 본사 핵심 인력이 포함된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카나나 2.5 공개 일정과 에이전틱 커머스 파트너 연동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AI 기반 클라우드·B2B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 그룹 IT 인프라 운영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계열사들의 단체행동만으로도 그룹 AI 전략 실행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쟁의권을 확보한 카카오페이 역시 파업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실제 결제·송금 시스템이 즉시 멈출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 증권·보험·대출 비교 등 금융 신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는 시점인 만큼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신규 금융 파트너 협의나 서비스 고도화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지금 AI와 금융을 두 축으로 수익 모델을 재편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며 "노사 갈등이 조기에 봉합되면 오히려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투자자와 파트너사 신뢰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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