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주요 주주 구도가 바뀐다. 카카오는 10년 넘게 보유해온 두나무 지분 상당수를 매각하며 AI 투자 재원을 확보했고, 하나금융그룹은 1조 원 규모 투자를 통해 두나무의 핵심 주주로 올라섰다.
표면적으로는 단순 지분 거래지만, 시장에서는 두나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금융 생태계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의 관계가 ‘실명계좌 제휴’ 수준을 넘어 지분 기반 전략 동맹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번 거래를 계기로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의 협력은 단순 제휴를 넘어 공동 서비스 개발 단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금융사·빅테크·거래소 간 주도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두나무 로고.(사진=두나무)
지분 동맹으로 규제 대응·디지털자산 혁신 ‘일석이조’
하나금융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 이사회를 통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6.55%(228만 4,000주)를 약 1조 32억 5,000만 원에 인수하기로 의결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시중은행이 단일 디지털 자산 기업에 투자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거래로 하나금융은 우리기술투자(7.20%)에 이어 두나무 4대 주주로 올라선다. 기존 3대 주주였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분율이 10.58%에서 4.03%로 낮아지며 주요 주주군에서 사실상 이탈하게 됐다. 2025년 말 기준 두나무 최대주주는 두나무 송치형 회장(25.51%), 2대 주주는 김형년 부회장(13.10%)이다.
대형 금융지주가 주요 주주로 참여하면서 두나무는 경영 투명성과 규제 대응 명분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시 재무 건전성 등을 따지는 적격성 심사제를 도입했으며, 거래소 공공성 확보를 위해 대주주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낮추는 소유 분산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협력에도 속도를 낸다. 양사는 지분 투자와 함께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두나무의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기와체인’을 기반으로 해외송금과 디지털자산 사업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를 공동 개발해왔으며, 올해 2월 기존 SWIFT 외화송금 시스템을 기와체인 기반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검증도 마쳤다. 지난 4월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실증 기반도 마련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역시 핵심 협력 분야로 꼽힌다. 양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 결제·환류 구조를 포함한 디지털자산 생태계 구축을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제도화 여부에 따라 은행권과 거래소 간 협력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업비트와 그룹 디지털 플랫폼 연계를 통해 디지털자산 기반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도 추진한다. AML(자금세탁방지), KYC(고객확인의무) 분야 공동 연구와 함께 펀드·연금·신탁 등 전통 금융상품과 디지털자산을 결합한 자산관리 모델 구축이 목표다.
다만 이번 지분 인수와 별개로 업비트의 실명 확인 계좌는 기존 케이뱅크 체제 그대로 유지된다.
하나금융 함영주 회장은 "이번 지분 투자는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면서 "두나무와 함께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이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하나금융그룹 이은형 부회장, 포스코인터내셔널 이계인 사장, 두나무 오경석 대표가 지난 4월 29일 전략적 제휴 현장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두나무)
카카오, 13년 만에 500배 수익…“투자 재원으로”
카카오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두나무 투자 13년 만에 결실을 거두게 됐다. 카카오는 카카오벤처스 전신인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2013년 두나무에 2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2015년 33억 원을 추가 투자하며 초기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두나무가 업비트를 기반으로 국내 최대 가상자산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투자 가치는 급등했다. 이번 매각 금액과 잔여 지분 가치를 단순 환산하면 초기 투자 대비 약 500배 수준의 가치가 형성된 셈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두나무 지분 처분 규모는 자산총액 대비 3.61% 수준이다. 처분 예정일은 6월 15일이다.
카카오는 이번 매각 목적에 대해 “미래 투자 재원 확보”라고 설명했다. 최근 비핵심 자산과 계열사 정리를 이어가고 있는 카카오는 확보한 자금을 AI 사업과 미래 성장동력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AI 사업 성장 가속화가 현재 카카오의 우선순위인 만큼 투자 재원을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고 필수적"이라며 "AI뿐 아니라 다양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이 그룹 전체의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더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분 정리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시각도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와 기업 결합을 추진 중인 만큼, 경쟁 관계인 카카오 입장에서는 두나무 지분을 계속 보유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간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향후 결합이 성사될 경우 업비트와 하나금융, 네이버를 잇는 새로운 디지털 금융 연합이 형성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