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산업계의 시선은 카카오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성과급 재원과 배분 방식을 놓고 막판까지 대립했지만 정부 중재와 노사 양보를 통해 파업을 유보했다. 반면 카카오는 본사와 주요 계열사가 동시에 임금 교섭 난항을 겪고 있어 오는 27일 조정 결과에 따라 창사 이래 첫 공동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삼성은 '성과급 산식', 카카오는 '보상 신뢰'가 쟁점
2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등 보상 구조뿐 아니라 잇단 계열사 매각에 따른 고용 불안정 및 일부 경영진 중심의 보상 불균형을 교섭 결렬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5월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카카오 노조가 별도 기준 영업이익의 13~15% 수준 성과급을 요구했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노조는 "영업이익 비율을 직접 요구한 적이 없고 회사가 제안한 여러 안 중 영업이익 10% 수준 성과급 안이 포함돼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 지점이 삼성전자와 카카오의 가장 큰 차이다. 삼성전자는 성과가 발생한 사업에서 어느 정도를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가라는 산식의 문제로 수렴됐다. 반면 카카오는 성과급 규모만이 아니라 성과를 평가하고 배분하는 기준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상태다.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커머스·콘텐츠·금융을 연결하려는 전환기에 내부 보상 체계와 고용 안정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단순 임금협상 이상의 성격을 띠게 됐다.
◆27일 조정회의가 분수령…계열사 공동 전선 변수
현재 카카오와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는 모두 가결된 상태다. 카카오를 제외한 4개 법인은 이미 조정 중지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카카오 본사는 지난 18일 1차 조정회의에서 조정기일을 27일로 연장했기 때문에, 2차 조정이 결렬될 경우 본사도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이 경우 카카오 그룹 주요 법인이 동시에 파업 국면에 들어가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합의가 카카오에 주는 압박도 적지 않다. 산업계 전반에서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반도체를 넘어 자동차·조선·IT업계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5월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카카오의 경우 삼성전자처럼 특정 사업부의 대규모 이익을 자사주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구조와는 다르다. 플랫폼 기업 특성상 법인별 수익성, 인력 구조, 계열 재편 이슈가 얽혀 있어 같은 방식의 해법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결국 카카오 노사 교섭의 관건은 ‘삼성식 성과급 산식’을 따라갈지가 아니라 구성원이 납득할 만한 보상 기준과 고용 안정 장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다. 사측이 남은 기간 성과 배분 기준의 투명성, 계열사 재편에 따른 고용 우려 해소, 경영진 보상과 직원 보상 간 균형 문제에 대해 실질적 안을 내놓는다면 막판 합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정오 판교역 광장에서 진행된 '카카오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에서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4대 공동 요구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련 요구안에는 ▲경영 쇄신·책임 경영 ▲고용 안정·공동체 안전망 구축 ▲공정한 성과 보상·이익 분배 ▲보편적인 노동 환경·복지 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반대로 오는 27일 조정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 카카오 노사 갈등은 삼성전자가 가까스로 넘은 파업 고개를 IT 플랫폼업계로 옮겨붙이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결의대회에서 "공동 요구안은 각 법인이 진행중인 임금단체협상과 별개로 진행되는 교섭 요구"라며 "세부 내용은 조합원들과 논의해 구체화한 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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