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판교 사옥. 사진=한수빈 기자
국내 IT 업계 전반으로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카카오 노사 간 교섭이 결렬되며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노동조합이 교섭 결렬 책임을 둘러싼 사측 주장에 정면 반박하면서 갈등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임금·단체협약 교섭 결렬 이후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쟁의 절차에 들어갔다. 조정이 무산될 경우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오는 20일 경기 성남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예고하며 단체행동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의 핵심을 성과급 규모 문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노사가 임금 인상률에서는 큰 이견이 없었던 반면 성과급 산정 방식과 지급 수준을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노조는 이러한 해석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교섭 결렬의 책임을 성과급으로 덮을 수 없다"며 "성과급 중심의 프레임이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업이익 10%'는 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제안해 검토됐던 여러 안 중 하나"라며 해당 수치가 핵심 쟁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노조는 갈등의 본질을 경영진의 교섭 태도와 보상 구조 전반에서 있다고 본다. 노조는 "교섭 결렬의 책임은 성과급이라는 단일 쟁점에 있지 않으며 일방적 의사결정을 반복해 온 경영진의 태도가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실적이 증가했음에도 직원 보상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문 반면 임원 보수는 확대돼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교섭 과정에서의 신뢰 훼손도 갈등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장기간 협상에도 실질적인 임금 인상안과 보상안이 늦게 제시됐고 교섭 대표가 세 차례 교체되며 신뢰가 흔들렸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노조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집행된 점도 불신을 키운 배경으로 제시됐다.
노동환경 문제 역시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노조는 장시간 노동 문제와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대응 미흡, 구성원 대상 포렌식 동의 요구 등을 언급하며 조직문화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적과 보상 간 괴리도 갈등 심화의 요소로 지목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 7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연결 기준 매출 1조9421억원, 영업이익 2114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5.9% 증가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성과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플랫폼과 게임업계를 포함한 IT 산업 전반의 임금 협상 기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산업 전반에서 성과 중심 보상 요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실적 기반 보상과 주주가치 사이 균형을 어떻게 설정할지 과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주주들은 주가 부진 속에서 보상 요구가 확대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재편과 인공지능(AI) 전략 불확실성이 겹치며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 기대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가치 회복과 보상 간 균형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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