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칩플레이션에 콘솔·PC 가격 줄줄이 인상…게임 '비싼 취미' 되나

제미나이가 만든 기사 이미지 [사진: 제미나이]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급증에서 비롯된 메모리 반도체... ◆메모리 가격 급등이 촉발한 하드웨어 가격 인상 칩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은 AI 인프라 투자 급증으로 인한...

칩플레이션에 콘솔·PC 가격 줄줄이 인상…게임 '비싼 취미' 되나

제미나이가 만든 기사 이미지 [사진: 제미나이]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인공지능(AI) 서버 수요 급증에서 비롯된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 이른바 '칩플레이션'이 게임 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콘솔과 PC 가격이 잇따라 오르고 소프트웨어 가격까지 상승 압력이 번지면서 한때 대표적인 '가성비 취미'로 통하던 게임이 점차 '비싼 취미'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에 차기 PC·콘솔 신작을 준비 중인 국내 게임사들도 수요·비용 양면에서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촉발한 하드웨어 가격 인상

칩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은 AI 인프라 투자 급증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생산에 자원을 집중하면서 PC·콘솔에 들어가는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이 줄었다. 올해 1분기 서버용 D램과 HBM의 매출 비중은 전체 메모리의 60%에 달한다.

가격 상승폭은 유례없는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50% 이상, 낸드플래시는 90% 이상 올랐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 D램이 90~95%, 낸드플래시가 55~60%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D램·SSD 가격 급등과 함께 전반적인 PC 가격이 17% 오를 것으로 봤다.

이 여파가 완제품 가격을 직접 밀어올리고 있다.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는 지난 2일부터 PS5 가격을 인상했다. 기본 모델과 디지털 에디션은 각각 100달러 올라 649.99달러·599.99달러가 됐고, 고성능 버전인 PS5 프로는 150달러 인상돼 899.99달러로 책정됐다. 약 8개월 만의 추가 인상이다. 국내 가격이 반영되면 기본 모델은 100만원 선, 프로 모델은 130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엑스박스 시리즈 X와 S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려왔으며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닌텐도 스위치2는 공식 가격 인상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출시 직후부터 품귀 현상으로 시장 실판매가가 70만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칩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스위치2도 가격 인상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이밍 PC 시장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PC 평균 가격이 연말까지 20% 이상 추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트너는 500달러 미만 보급형 PC 부문이 2028년까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휴대용 게이밍 PC 부문에서는 레노버가 핸드헬드 기기 '리전 고2' 가격을 기본 모델은 1099달러에서 1499달러로, 상위 모델은 1349달러에서 1999달러로 최대 50% 가까이 올렸다.

◆소프트웨어까지 번진 가격 인상…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나

하드웨어에서 시작된 가격 인상이 소프트웨어로 확산되면서 게이머들의 체감 부담은 이중으로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 스팀은 지난 3월 28일 35개 통화의 가격 산정 기준을 개편하면서 한국 적용 원·달러 환율을 기존 1150원에서 1450원으로 20% 이상 상향 조정했다. 다만 이번 개편에서 게임사는 환율 기반, 구매력 기반, 다변수 가격 등 세 가지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스팀이 권장하는 구매력 기준 가격은 69.99달러 게임 기준 7만1500원으로 현재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게임사가 환율 기반 가격을 선택할 경우 동일 게임의 국내 판매가는 10만원을 넘게 된다. 선택 권한이 게임사에 있는 만큼 대폭 인상 여부는 개발사별 대응에 달려 있다.

이 같은 비용 증가가 시장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가격 인상 직전 소비자들이 구매를 서두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PS5 주간 판매량은 인상 시행 직전 주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 내 전체 게임 하드웨어 주간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늘었다. 인상 직전 선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러 차례 인상을 거친 현재 PS5의 가장 저렴한 모델은 출시 당시보다 200달러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2026년 글로벌 콘솔 시장이 4.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최근 1000명 감원을 발표하며 포트나이트 참여 둔화와 업계 전반의 소비 위축 등을 그 배경으로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완성도 검증 이후 구매로 돌아서는 '지연 소비' 경향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콘솔 기기는 출시 후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내려가는 구조였지만, 현재는 이를 역행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신규 이용자 진입 비용이 높아질수록 게임 시장의 잠재 수요층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게임사 대형 신작 앞두고 직격탄 우려

칩플레이션의 파장은 국내 게임사들에도 미친다. 국내 게임업계는 서구권 공략을 목표로 수년 전부터 PC·콘솔 대형 타이틀을 개발 중이다. 이들 신작은 언리얼 엔진5 기반의 고사양 그래픽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어 이용자들에게 고성능 기기를 요구하는 구조다.

기기 가격이 오를수록 게임을 시작하려는 이용자의 초기 비용 부담이 커지고, 그만큼 신작 초기 판매량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여기에 AI 업계가 데이터센터 서버를 대거 점유하면서 게임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서버·클라우드 비용까지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 멀티플레이 서버, 대규모 백엔드 운영 비중이 큰 게임사일수록 이 비용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봤다. 이용자 진입 장벽 상승과 운영비 확대가 동시에 가시화하는 국면이다.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이 있다면 사이클상 언젠가는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 시기를 어떻게 피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GTA 6' 같은 초대형 신작이 기기값 상승에도 게임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다만 100만원을 넘긴 콘솔 가격 앞에서 킬러 콘텐츠 효과가 종전만큼 광범위하게 발현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용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는 이용자층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칩플레이션은 신규 팹이 안정화되는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부족은 기기 공급 차질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콘솔·PC 가격 인상부터 소프트웨어·구독 가격 재조정, 서버 비용 상승까지 이어지는 게임 시장 전반의 비용 충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