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친족 사이에 일어난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 이후 ‘친고죄’로 바뀐 형법에 따라 부모의 금고를 훔친 아들이 결국 처벌을 피하게 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부모 집에서 금고를 훔친 혐의(절도) 등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과거에는 형법에 가족의 재산을 훔쳐도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 규정이 있었다. 이 사건의 1·2심은 2024년 6월 친족상도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법이 개정되기 전 ‘입법 공백’ 상태에서 징역형을 선고했는데, 대법원은 나중에 친고죄로 바뀐 조항을 A씨 사건에 소급 적용해, 피해자인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24년 12월 부모님이 집을 비운 틈을 타 본가에 있던 금고 1개와 그 안에 든 현금, 상품권, 금반지 등 2431만원 상당의 재물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또 같은 달 아버지에게 돈을 요구하며 “싹 다 죽일 거다”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협박(존속협박)하고 지난해에는 다른 사람 차량에서 두 차례에 걸쳐 현금 약 420만원을 훔친 혐의도 있었다.
작년 8월 1심은 A씨의 절도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헌재가 친족상도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직후였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은 때였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구속사건으로 신속한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개선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판단한다”며 판결을 선고했다. 다만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제출했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작년 12월 2심도 절도 혐의를 유죄로 봤으나 A씨가 반성하고 있고 부모가 처벌 불원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점을 들어 징역 8개월로 감경했다.
2심 판결이 난 이후인 작년 12월 31일 헌재 결정을 반영한 개정 형법이 공포됐다. 직계혈족 간의 절도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바뀌고, 이 규정은 헌법불합치 결정일인 2024년 6월 27일 이후의 범죄부터 적용되도록 부칙에 명시됐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A씨 사건은 개정 규정 적용 대상”이라며 파기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은 “1심 판결 선고 전 부모가 처벌불원서와 합의서를 제출해 고소를 취소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원심은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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