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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취재수첩] '유전체 안보 구멍' 우려에도 대책없는 복지부

“정부가 하루빨리 한국인 유전체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취재수첩] '유전체 안보 구멍' 우려에도 대책없는 복지부

“정부가 하루빨리 한국인 유전체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상임부회장의 말이다. 최근 한국에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중국 유전체 분석기업 노보진테크놀로지의 행보가 우려스럽다는 취지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노보진이 한국 법인을 세운 건 지난해 6월이다. 이 회사는 병원과 신약 개발 연구소 등에서 보낸 검체를 활용해 유전체를 분석하는 대행 서비스를 한다. 서비스 가격을 최대 40% 할인하는 등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의 국경이 무너진 시대다. 중국 바이오 기업의 한국 진출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중국의 바이오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신약 개발을 의뢰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노보진의 한국 시장 확대는 의미가 다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유전체는 사람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노보진에서 다루는 정보도 마찬가지다. 병원과 연구소 등에서 맡긴 혈액 등으로 국내 암 환자 유전형을 파악하고 최근 개발되는 신약 구조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유행이 시작되는 감염병 정보도 미리 알 수 있다. 중국 기업이 한국인 질병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각국 정부는 유전체 정보를 국가 안보 자원으로 취급하고 있다. 미국은 100명을 초과하는 미국인 유전체 데이터에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우려국 정부와 기업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중국은 모든 외국 기업과 개인이 중국인 유전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한국 유전체 기업은 중국에서 노보진과 같은 사업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유전체 정보를 일반적인 개인정보와 똑같이 취급한다. 국외 이전도 마찬가지다. 유전체 안보가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 국회에 외국 기업의 유전체 정보 수집 등을 제한하는 ‘인체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법안은 아직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노보진이 분석한 유전체 정보가 어디로 가는지, 누가 어디에 저장하는지 불확실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보진 측은 “답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 정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관련 사안에 대한)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라고만 답했다. 미국도, 중국도 자국민의 유전체 정보를 국가 안보 사안으로 규정해 적극 보호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머뭇거리는 이 순간에도 중국 유전체 기업은 한국 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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