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Non-commissioned officer. 직역하면 ‘임명되지 않은 사관(Officer)’이라는 뜻의 영어 표현으로, 우리말로는 ‘부사관(副士官)’을 뜻한다. 군대에서 부사관은 하사 임관을 시작으로 군 복무를 시작한다. 이후 중사, 상사를 거쳐 가장 높은 계급인 원사로 진급한 뒤 전역하게 된다.
소위 이상의 장교를 뜻하는 ‘사관’이라는 단어 앞에 두 번째 지위를 뜻하는 ‘버금 부(副)’ 자가 붙은 이유는 정식 장교가 아닌 사관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부사관의 임무는 막중하다. 두 번째 지위를 뜻하는 ‘부(副)’ 자가 앞에 붙어 있지만, 실제 군대에서는 중추적인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단기 복무 후 전역하는 일반 병사와 비교하면 대부분 4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로 구성된 직업군인들이어서, 투철한 군인정신과 숙련도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시에는 베테랑으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장교가 순환 보직을 통해 전략적 식견을 넓히며 지휘 능력을 갖추는 반면, 부사관은 자신의 병과 주특기 분야에서 십수 년 이상 근무하며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전투 노하우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부사관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우선 급여가 적다. 하사로 초임 발령을 받으면 각종 수당을 합쳐 최대 한도 월 급여로 280여 만 원을 받는데, 여기서 세금과 보험료 등을 떼면 실수령액은 200만 원대 초반에 불과하다. 최저임금 수준이다.
현재 일반 사병의 급여가 병장의 경우 200만 원에 육박한 것을 감안하면, 직업군인으로서의 급여로 보기엔 민망한 수준이다. 그나마 최근 처우 개선을 위해 여러 수당이 올랐기 때문에 이 정도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보다 적다는 지적을 받았다.
두 번째 문제는 극심한 업무 과부하에 따른 스트레스다. 열악한 처우 때문에 정원이 충원되지 않으면서 1인이 과거 2~3명이 맡던 업무를 떠맡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 육군 부사관 충원율은 지난 2020년 95%였으나 2024년에는 42%로 급락했다. 업무 피로에 따른 희망퇴직자 수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해군의 경우 2020년 부사관 희망퇴직자 수가 228명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615명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세 번째는 열악한 주거 환경과 복지 인프라다. 직업군인의 특성상 최전방 격오지 이동이 잦지만, 현지 숙소는 수십 년이 지난 낡은 관사가 대부분이다. 또 자녀 교육이나 배우자의 직장 문제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안정적인 군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승진 적체다. 부사관으로 임관한 뒤 정년까지 일을 하고 싶어도 중사에서 상사, 상사에서 원사로 진급하기가 바늘구멍이다. 진급이 안 돼 계급 정년에 걸릴 경우, 50대 안팎의 나이에 전역해 평생 익힌 병과 기술이 아닌 다른 직업을 택해 새출발을 해야 한다.
요즘 프로야구장에 가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선수들이 군복 디자인의 ‘밀리터리(Military) 유니폼’을 착용하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순국선열을 기리고 국방에 헌신하는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작 일선 전선에서 복무 중인 직업군인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역 부사관들이 사표를 내던지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생산직 직원으로 재취업하기 위해 ‘반도체 공채’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우울한 현실이다.
최일선 전선에서 사기충천한 상태로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베테랑 군인에 대한 처우가 이 지경이라면, 부사관 충원율이 앞으로 10%, 5%로 급락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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