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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충청논단] 법정 구속 경호처·차장을 보며

2025년 1월 5일 박종준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이 영상을 통해 일종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경호인력을 동원해 공수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지 이틀만이다. 담화를 요약하면 이러했다.

[충청논단] 법정 구속 경호처·차장을 보며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영동주재)

2025년 1월 5일 박종준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이 영상을 통해 일종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경호인력을 동원해 공수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지 이틀만이다. 담화를 요약하면 이러했다. “편법·위법 논란 속에 진행되는 체포 영장 집행에 대통령의 안전을 존재 가치로 삼는 경호처가 응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이 판단이 잘못됐다면 어떤 사법적 책임도 감수하겠다. 언론과 정치권은 더 이상 경호처가 사병으로 전락했다는 모욕적 언사를 삼가해달라”. 계엄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했던 국민은 경호처장의 시대착오적 소신 공개에 재차 경악에 빠졌다. 그는 지난 9일 1심 재판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경찰대 출신인 박 전 처장은 행정고시를 거쳐 경찰청 차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그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대해 대통령이, 그것도 권한을 박탈당한 대통령이 판단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 공관촌은 ‘경호구역’으로 지정돼 형사소송법 상 압수·수색에 책임자 동의가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법은 그 예외의 경우를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때’로 한정한다. 위헌적 개헌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받아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에 대한 영장 집행이  ‘국익에 반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는 없다.

그에게 형을 선고한 법원도 일체의 반박과 변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명백한 공무집행방해 행위 임을 인지했으면서도 자신을 중용한 대통령에 대한 사적 관계에 충실했다고 봤다. 당시 공관 밖에는 대통령 체포에 극렬히 반대하는 지지자들과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몰려와 목소리를 높이던 터였기에 대통령의 극적 부활을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경호처의 2인자였던 김성훈 전 경호실 차장은 한술 더떴다. 2024년 12월말께 그가 김건희씨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면 기가 찰 정도다. 그는 걱정하는 김씨를 “영부인님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압수수색이니 체포영장이니 저희가 끝까지 막아내겠습니다”며 안심시켰다. 대통령이 걱정한다고 하자 “특검이 아니라 더한 것이 온다 그래도 현행 경호법상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호언했다. 김 차장도 1심에서 박 처장과 같은 죄로 5년형을 받았다.

1963년 창설된 대통령경호처는 쿠데타 정권의 친위기구 답게 군 실세들이 참여한 군사조직에 다름 없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월권을 알삼았다. 대통령 연두 순방을 맞은 도지사가 대통령 담배에 불을 붙인 라이터 불길이 너무 셌다는 이유로 경호실장에게 정강이를 차이기도 했다. 특히 차지철 실장은 법령을 바꿔 수도경비사령부에 대한 일부 통제권까지 장악하고 군을 좌지우지 했다. `각하의 심기까지 경호해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결재자료를 사전 검열하는 등 노골적으로 국정을 농단했다.

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대통령경호실의 위세는 호랑이담배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됐으나 12·3 계엄 이후 행태를 보면 절대권력 곁에서 `호가호위'하던 일종의 유전자가 아직 남아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윤석열은 국회에 의해 계엄이 좌절되고 수사가 진행되자 자신에 대한 체포를 직감하고 유일한 울타리인 경호처를 단단히 단속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공수처가 들어오면 부숴버리라”는 무지한 표현까지 썼다고 한다. 이 부당한 지시를 충실히 수행한 경호처는 우리에게 과제를 던진다. 대통령을 공화국의 정부 수반이 아니라 왕조시대 절대군주로 오판하는 착시 현상을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제헌절 경축사에서 “22대 국회에서 10차 개헌을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19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면서 시대 변화를 담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선거 때마다 개헌이 의제로 등장했으나 당리당략에 묶여 공염불에 그쳤다.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여야 6개 정당이 5·18 민주화 정신 헌법 반영, 국회의 계엄 통제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소폭 개헌안을 발의했으나 국민의힘 반대로 무산됐다. 내용보다 시기 등을 들어 반대했던 국민의힘에겐 이제 구실이 없어졌다. 모든 정당이 뜻을 모으길 바란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의 재조정도 함께 다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혁두 국장(영동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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