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부세종청사. 정부청사관리본부 제공
정부가 3일 세종 행정수도 완성과 공공기관 350곳 이전, 109곳 통폐합이라는 ‘메가톤급’ 개혁안을 제시했다. 다만 막대한 공공부채와 노조의 거센 반발, 통합본사를 둘러싼 지역 간 샅바싸움 등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이날 세종 행정수도 완성의 화룡점정으로 꼽혔던 금융위원회의 이전 계획이 올 4분기로 보류된 배경엔 금융권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이 있다.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1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96.05% 찬성률로 가결시키며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이달 4일엔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원에서 대규모 본총파업을 예고해 주 4.5일제 도입과 강제 지방 이전 저지에 나설 계획이다. 더불어 세종 이전이 거론돼왔던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조 역시 서울에 집중된 금융 인프라와 격리될 경우 정책·감독 공조가 마비되고 전문 인력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며 집단 반발 중이다. 대전의 한 행정학과 A 교수는 “정주 여건 문제가 반발의 가장 큰 이유”라며 “정부가 교육·주거·교통 투자와 재원 분담, 지방근무 보상 기준을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너지 공기업 개편안은 충남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 5사를 ‘한국발전(가칭)’으로 단일화를 예고하면서 중부발전본부가 위치한 보령과 서부발전본부가 있는 태안의 독립 본사 체제가 해체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지난 40여 년간 충남은 수도권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막대한 환경적 피해와 송전선로 건설 등 온갖 희생을 감내해왔는데 정부가 구체적인 통합 본사 소재지를 밝히지 않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독립 본사 체제가 해체되고 지역본부로 격하된다면 지방세수 급감과 인구 유출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전국 109개 법인 통폐합 감축 과정에서도 충청권의 셈법은 복잡하다. 예컨대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대구경북재단과 통합되는 등 충청권이 보유 중인 바이오·연구 지원 기능이 타 지역 통합본사로 흡수되거나,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고전번역원 등 학술·역사 유관기관들의 통폐합 과정에서 핵심 연구 역량이 유출될 가능성마저 제기돼서다. 지자체 관계자는 “기관 통폐합이 지역 역량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하되 정부는 부채 통합에 대한 재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17년 만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리 개편은 가장 뜨거운 뇌관이다. 정부는 개발을 전담하는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거복지의 ‘주택도시자산공사‘로 쪼개 교차보전의 한계를 돌파하겠다고 공언했으나 160조 원에 이르는 거대 부채를 어떻게 나눌지 청사진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세종 행복도시 건설을 필두로 대전 죽동2, 충남 아산탕정2, 충북 청주 분평2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을 앞둔 충청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전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자산공사가 ‘부채 덤핑 기관’으로 전락하면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과 도시재생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대전충남지역본부와 충북지역본부 등 지역 조직과 인력이 어떻게 쪼개지고 권한이 배분될지 안갯속이라 현장의 사업 추진 지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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