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식 충북교사노조 위원장
▲ 윤건영 교육감이 충북교사노조를 방문해 교권보호대책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충북교육청
얼마 전 충북교사노조가 발표한 윤건영 교육감의 지난 4년 핵심정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10명 중 9명의 교사가 “실속 없는 홍보와 실적 위주 사업”이라며 전면적인 재구조화를 요구했다.
이번 1기 평가 성적표는 결코 도교육청을 깎아내리기 위한 정치적 공세가 아니다. 무너져가는 공교육과 교실을 어떻게든 지켜내기 위해 현장 교사들이 용기내어 응답한 생생한 증언이며 과도한 행정업무에 짓눌린 학교 현장이 보내온 절박한 ‘SOS 신호’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보듬어야 할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실적용 서류와 홍보성 계획서를 만들어야 하는 교사들의 절박한 호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사들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언제나 책봄’조차도 교사 10명 중 7명이 개선을 요구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사업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학교에 도달하는 순간 행정부담으로 변질된다는 의미다. 야심차게 추진한 AI 플랫폼 ‘다채움’은 막대한 예산 낭비에 대한 비판과 함께 현장의 필요를 외면한 채 부실한 콘텐츠와 잦은 시스템 오류 속에서도 보여주기식 실적만 요구하는가 하면, 공간 부족과 안전 책임 전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밀어붙인 ‘늘봄학교’는 교실을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어디서나 운동장’은 기존 스포츠클럽에 이름만 바꾼 실적 제출을 요구했고, ‘나도 예술가’나 ‘체인지’ 역시 실적 위주의 강요와 동원 방식으로 흘러갔다. 이것이 충북교육청이 그토록 자랑하고 싶어 하던 핵심정책의 씁쓸한 이면이다.
참된 교육행정은 현장과의 깊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포장만 그럴듯하게 꾸민 ‘브랜딩’ 사업으로 교육청의 가시적인 성과를 쌓아 올리는 동안, 정작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교육과정 운영, 기초학력 보장, 그리고 생활지도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교사가 과도한 행정업무에 치여 지치고, 학생활동 확대로 늘어나는 안전사고 책임과 악성 민원의 위협 앞에서 아무런 보호막 없이 홀로 방치되어 있다면, 교육청이 내세우는 그 어떤 화려하고 거창한 정책도 결국 모래 위에 쌓은 성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이번 설문 결과 중 주관식 답변 대부분은 정책과 시책 담당자들이 곱씹어야 할 시사점들이 응축되어 있다.
만약 교육청이 이번 설문 결과를 무시하거나 부인해 현장 교사들의 고통과 진심 어린 충고를 외면한다면, 교육청의 현주소가 여전히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와 ‘실적’에 갇혀 있음을 스스로 방증하는 꼴이 될 것이다.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교육행정은 정체될 수 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충북교육청은 지금이라도 교사들을 진정한 교육 파트너로 인정하고 생색내기식 정책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교육과정 지원, 행정업무 전격 경감, 교권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 유윤식 충북교사노조 위원장. / 충북교사노조
이제는 충북교육청이 현장의 뼈아픈 질책에 답해야 할 차례다. 이번 충북교사노조가 발표한 윤건영 교육감 1기 핵심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의 뼈아픈 비판을 도약과 혁신의 기회로 삼아, 교육의 본질로 돌아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교육청은 교사가 행정업무에서 해방되어 행복하게 가르칠 때 비로소 교실이 살아나고, 교실이 살아나야 비로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부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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