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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춤으로 되살아난 ‘나주학생독립운동’

1929년 10월 30일 옛 나주역. 일본인 학생들이 조선인 여학생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본 조선인 학생들의 항의로 충돌이 일어났고, 일제 경찰의 편파적인 대응은 학생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춤으로 되살아난 ‘나주학생독립운동’

춤으로 되살아난 ‘나주학생독립운동’

나주역 사건 모티브 창작 무용극

비상무용단 ‘댕기머리’ 공연

광주 16일·나주 18~19일

현대무용·음악·미디어아트 결합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

2026년 09월 15일(화) 21:10

비상무용단이 현대무용극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댕기머리 사건’을 오는 16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18~19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선보인다. 지난 공연의 한 장면. <동신대 제공>

1929년 10월 30일 옛 나주역. 일본인 학생들이 조선인 여학생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본 조선인 학생들의 항의로 충돌이 일어났고, 일제 경찰의 편파적인 대응은 학생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이 사건을 계기로 11월 3일 광주 지역 학생들의 대규모 항일시위가 일어났으며 이후 전국적인 학생독립운동으로 확산됐다.

3·1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일제강점기 3대 독립운동으로 꼽히는 나주학생독립운동이 현대무용으로 되살아난다.

현대무용단체 비상무용단은 나주학생독립운동을 모티브로 한 창작 현대무용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댕기머리 사건’을 광주와 나주에서 잇따라 선보인다. 오는 16일 오후 7시 30분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18일 오후 7시 30분과 19일 오후 2시·5시 나주문화예술회관.

이번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 ‘2026년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관심을 모았다. 비상무용단은 국비를 포함한 총사업비 2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작품 제작과 순회공연을 추진한다.

‘소녀, 그 마음에 붉은 멍 들다-댕기머리 사건’은 나주학생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된 사건을 현대무용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사건을 설명식으로 재현하기보다 당시 학생들이 겪었을 감정과 상황을 춤과 음악, 무대 연출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연은 프롤로그와 4개의 장,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1장 ‘작은 별들의 가장 찬란한 시작’에서는 억압된 시대 속에서도 일상의 순간을 살아가던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그린다. 2장 ‘거대한 그림자’에서는 일제의 억압과 댕기머리 사건이 불러온 갈등을 다룬다.

현대무용극 ‘댕기머리사건’ 공연 장면. <동신대 제공>

3장 ‘소년 소녀들 가슴에 핀 정의’는 사건 이후 학생들의 마음에 자리 잡은 분노와 정의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4장 ‘붉은 꽃이 되어’에서는 저항이 점차 번져가는 과정을 움직임으로 보여주며, 마지막 에필로그는 학생독립운동의 기억이 오늘의 관객에게 이어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무대는 현대무용과 미디어아트로 구현된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사건의 긴장과 학생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영상은 시대적 배경과 장면 전환을 보완한다. 관객들은 몸의 움직임과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분위기 속에서 나주학생독립운동의 의미를 보다 입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다.

작품 제작에는 동신대학교 교수와 학생들도 참여했다. 지역 예술단체와 대학이 함께 역사적 소재를 현대무용 교육과 창작의 현장으로 확장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총연출을 맡은 비상무용단 박종임 대표는 이번 작품이 지역 청소년들에게 나주학생독립운동의 의미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춤이라는 언어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며 “학생들이 무대를 보며 지역의 역사를 조금 더 가까이 느끼고 오래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상무용단은 동신대 공연예술무용학과 박종임 교수를 중심으로 2007년 창단됐다. 지역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창작 활동을 이어왔으며, 2019년 제28회 전국무용제에서 ‘펜로즈의 시계’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문체부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사업에 선정돼 ‘K-풍류 나주의 전설: 청명’을 선보인 바 있다.

박 대표는 “청아하고 단정했던 한 소녀의 댕기머리에서 시작된 사건은 수많은 학생들의 가슴에 정의의 불꽃을 피웠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역사의 아픔만이 아니라 그 시대 소년·소녀들이 보여준 용기와 희생, 정의의 정신을 미래세대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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