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소방예산, 재정빨대” 파장 확산
故 김진석 소방위 빈소 찾아 유감 표명
추 “구조적 재정 문제 말하려다 실수”
여, 별도 사과 건네 - 야 “변명의 무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경기도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순천향대 부천병원 빈소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소방 예산을 겨냥해 '재정 빨대'라는 표현을 쓴 데 이어, 순직 소방관 빈소를 찾아 “사과를 바라시니까 사과한다”고 말해 사과의 진정성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잘못을 자발적으로 인정하기보다 조건부·수동적 태도로 일관하며 추모의 장소마저 변명의 무대로 삼았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18일 정치권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16일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고(故)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자 추 지사는 다음날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 앞에서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추 지사는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유감”이라며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언급해 더 큰 논란을 불렀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사과의 '진정성 부재'에 있다. “사과를 바라시니까 한다”는 표현은 당사자의 자발적 성찰이 아닌 상대방의 요구와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는 인상을 짙게 풍긴다. 책임 유보성 수식어인 '의도와 달리 전달됐다면'을 전제로 깔아둔 점 역시 진정한 반성이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사 풍자 크리에이터 겸 개그맨인 이상민씨는 추 지사의 발언에 항의하고자 50개입 빨대 묶음 5개(총 250개)를 구매하고 배송지로 도청내 경기도지지사실로 명기했다.
나아가 장소의 상징성을 도외시한 태도도 매서운 질타를 받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 순직한 소방관의 숭고한 넋을 기려야 할 빈소에서, 추 지사는 사과 직후 “구조적 재정 문제를 말하려다 나온 실수”라며 지자체의 인건비 부담과 경기도의 재정난을 긴 시간 다시 들어놓았다. 공직자로서의 헌신에 감사와 조의를 표하기보다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데 주력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 정치권도 추 지사의 진정성 없는 사과 방식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야권은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발언은 등 떠밀려 내뱉은 오만한 조건부 사과”라며 “빈소마저 개인의 변명 무대로 전락시켰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지방재정의 어려움을 설명하려는 취지였더라도 소방관들의 노고와 자부심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소방 공무원과 유가족에게 별도의 사과를 건넸다.
도 관계자는 “소방 재원의 안정적 확보와 지자체 재정 부담 현실을 지적하려던 의도”였다고 거듭 해명했으나, 자발적 성찰이 빠진 조건부 해명과 장소에 맞지 않은 변명이 겹치면서 여론의 냉담한 시선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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