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핵심 간부 전원 참배
‘전쟁 가능 국가’ 야욕 드러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가 취임 후 처음 맞은 종전기념일(패전일)인 지난 15일 야스쿠니신사를 향해 ‘원거리 참배’를 했다. 한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국내 보수층 여론을 모두 의식한 일종의 궁여지책이다. 그러나 총리의 종전 기념 연설에 ‘반성’이 빠지고, 방위 수장 등 정부 주요 각료가 야스쿠니 참배에 나서는 등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를 향한 집권 자민당의 야심은 숨기지 않았다.
아사히·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서 약 500m 떨어진 도쿄의 실내 경기장 부도칸에서 신사 방향으로 ‘요배’(멀리 떨어진 곳에서 절하는 것)를 했다. 그는 부도칸에서 열린 종전 81주년 기념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의 이례적인 원거리 참배를 두고 “인접 국가들에 배려를 보이는 한편 국내 보수 지지층을 의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전까지 종전기념일마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2024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엔 “총리 취임 이후에도 참배하겠다”고 했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던 2022년 한 강연에서도 “도중에 참배를 그만두거나 어중간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상대가 기고만장해진다”고 했다.
그는 이날 추도식에서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도 ‘반성’과 ‘부전(전쟁하지 않음)의 맹세’는 언급하지 않았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종전기념일에 침략 전쟁과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혔지만, 2012년 아베 신조 총리 재집권 이후 그런 언급이 사라졌다.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가 13년 만에 ‘반성’이란 표현을 사용했으나 1년 만에 다시 빠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다마구시’라고 불리는 공물 대금을 야스쿠니에 봉납하기도 했다.
정부 각료와 자민당 주요 인사들은 직접 참배에 나섰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등 각료 4명이 야스쿠니를 찾았고, 스즈키 슌이치 자민당 간사장 등 당 지도부 3명은 집단 참배했다. 이날 지바현 호우 대응으로 빠졌던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이 이튿날인 16일 야스쿠니신사를 찾으면서 자민당 핵심 간부 4인이 모두 참배하게 됐다.
야스쿠니신사 측의 금지에도 일부 참배객들은 여전히 군복을 입고 욱일기를 든 채 나타났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전몰자 246만여명이 합사된 야스쿠니는 일본 우익 세력의 성지로 여겨진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양국이 최근 방위 관련 협력 확대를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방위상의 참배가 “양국 관계에 특히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과의 관계는 이미 나빠질 만큼 나빠졌지만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과의 좋은 분위기가 끝날 수 있다”는 외무성 관계자의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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