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광주행 직접 결정…SK ‘속도전’에 삼성도 움직이나
“100마디의 말보다 눈으로 직접 확인 중요”…투자 의지 확인 행보
SK 선제적 투자와 팹 조기 착공 가능성에 삼성 후속 행보도 관심
2026년 10월 11일(일) 19:45
지난 9일 광주를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민형배 전남광주시장과 광산구 서창동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난 9일 광주 반도체 팹 예정 부지 방문은 최 회장 본인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반도체 투자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을 해소하고, 그룹 차원의 확고한 투자 의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최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기로 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전력·용수 공급이 늦어지더라도 반도체 팹 건설을 먼저 시작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삼성전자도 후속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SK측과 전남광주시에 따르면 최 회장은 광주 반도체 팹 투자와 관련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여러 우려를 지속적으로 보고받아 왔으며,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투자 의지를 확인시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측 인사는 이번 방문이 전남광주시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일정이 아니라 최 회장 본인이 직접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계획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가 직접 현장을 둘러보는 것만큼 확실한 메시지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한글날 휴일인 지난 9일 직접 광주 군공항과 탄약고 이전 예정지를 찾았다.
방문 과정에서도 이러한 의지는 드러났다. 현장을 찾은 이유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최 회장은 “말 100마디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방문은 광주 반도체 팹 사업의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현장 점검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최 회장이 직접 군공항 관제탑에 올라 부지를 확인하고 탄약고 이전 예정지를 둘러본 것도 이런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최 회장이 광주 반도체 팹을 용인 반도체 생산시설의 후속 사업이 아닌 병행 추진할 수 있는 추가 생산 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기업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군공항 이전이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가능한 부지에서 먼저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기존 사업 일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대목이다.
군공항 이전과 산업단지 조성이 모두 마무리된 뒤 반도체 팹을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전 사업과 공장 건설을 병행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SK의 움직임이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 역시 관련 투자 구상과 사업 추진 일정을 점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가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에 속도를 낼 경우 삼성전자도 급변하는 시장 상황과 생산능력 확보 경쟁을 고려해 투자 전략을 재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조기 건설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와 전남광주시도 이에 걸맞은 속도로 준비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반도체 팹 건설이 가능한 부지를 조기에 확보하는 일이다.
정부와 전남광주시는 군공항 이전에 따른 작전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군사시설 재배치 및 탄약고 이전,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군공항 전체 이전을 기다리지 않고 일부 부지를 먼저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군 당국과의 협의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전력과 용수 공급망 구축 역시 속도를 높여야 한다. 기업이 부지 조성과 공장 건설을 앞당기더라도 산업용수와 전력이 적기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실제 공장 가동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인허가 지원과 기반시설 확충, 지방정부의 부지 조성 및 정주여건 개선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결정된 이후에도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 시험 생산을 거쳐 본격 가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초기 행정 절차의 지연이 향후 생산 일정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최 회장이 이번 현장에서 구체적인 착공 시점을 확정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SK가 먼저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이상 정부와 전남광주시도 그에 맞춰 실행계획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SK측 관계자는 “최 회장이 광주 군공항 탄약고 이전 예정지를 직접 둘러본 것은 이곳을 활용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반도체 팹 건설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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