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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재광 칼럼] 교육 문제, 교육적 잣대가 우선되면 안 될까요?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학생 생활지도 차원에서 학교에서 체벌이 가능하도록 허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나 학생 인권 관련 법규에 비추어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재광 칼럼] 교육 문제, 교육적 잣대가 우선되면 안 될까요?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학생 생활지도 차원에서 학교에서 체벌이 가능하도록 허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나 학생 인권 관련 법규에 비추어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학생 인권이 강조되고 더불어 아동학대 신고가 일상화되면서 학교에서의 정당한 교육활동도 사법적 심판을 받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교사들은 필요한 교육적 활동마저도 망설이게 되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적극적 교육활동으로 인한 사법적 책임을 받게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못 본 척 개입하지 않고, 적당히 필요한 활동만 하는 소극적 교육활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최근 체험학습 관련하여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면 되겠는가?’ 하는 대통령의 아쉬움에서 한 말이 회자되고 있다. 교사들의 체험학습 거부 또한 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사법적 잣대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교사 개인에게 지워지는 무한 책임을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오늘날 학교 현장의 가장 큰 어려움인 학교폭력, 학부모 민원 확대 역시 학교 내에서 일어난 일을 학교 내에서 교육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나 사법적으로 해결하려 함에 따라 복잡해지고, 교육 외적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되곤 한다.

학생들끼리는 이미 다 해결되어 다시 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악화된 학부모들이 변호사를 대동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고자 일을 확대시킨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교육적 중재 노력 이외는 어떠한 권한도 없는 학교는 학부모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고, 법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마련해 주는 노동을 감당해야 한다.

문득 오래전 스웨덴의 유치원이 함께 있는 초등학교 방문 경험이 생각났다.

“낮잠을 유모차에 태워 교실 밖에서 재우고, 안전한 매트가 깔린 암벽 시설이 된 교실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려도 학부모들이 민원을 내지 않는다고 하였다.”

스웨덴은 교육 문제에 대해 정치적으로나 사법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잘 되어 있다는 생각에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무척 부러웠다.

우리의 경우 정치적 판단에 의해 학교 담벼락을 허물라고 했다가 다시 세우게 하고, 일기 지도, 받아쓰기, 청소 활동 등의 일부 부작용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검토 없이 견문발검식, 사후약방문식의 행정우월적 추진으로 학교교육활동이 무책임하게 요동치는 등 안정된 교육 환경을 갖추지 못한 것이 최근 우리 교육의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편, 최근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초등교육의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며칠 전에 전국교대총동창회협의회와 전국교원양성대학총장협의회, 한국교원교육학회, 교육리더십디자인연구소가 공동으로 개최한 초등교육 학술포럼(주제: 새로운 초등교육체재 구축을 위한 교원의 신뢰성과 자발성 확대 방안)에서 중요한 몇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날 학교는 소수의 학생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고도의 복합적 지원을 감당하는 곳으로 변모하였고, 담임교사 한 명이 담임 학급의 학생 모든 것을 책임질 수가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교사에게 재량권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변화를 만들 수 있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교육공동체의 소통과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통제적이기 보다는 전문적 신뢰를 제공하고, 개인 책임체제에서 조직적 보호와 지원 체제로, 생애주기적 연속성의 교원 연수와 성장지향적 피드백 중심의 교원평가, 학교와 지역청,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교육 거버넌스 체제를 구축하여 교원의 신뢰성과 자발성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우리는 학령인구급감과 AI ․ 에듀테크의 발달로 교육 생태계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를 위해 개별학생 맞춤형 교육과 통합적 지원, 인간의 고유 역량 강화를 위한 기초․기본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

따라서 형식교육의 출발점이자 성장 과정의 결정적 시기에 속하는 초등학교의 경우 맞춤형 개별학습과 통합 지원을 위해 1,2학년의 경우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하거나 1학급 2교사제를 도입하고, 학생 상담과 생활지도 강화를 위해 담임교사 시수를 감축하여야 한다. 또한 학교와 교사의 주도적인 교육과정 운영과 평가권 강화를 위한 제반 여건이 조성되어야 하며, 원활한 학급경영과 교육활동을 위해 학부모 소환권과 퇴장권 등 강력한 공교육 유지를 위한 권한을 주어야 한다.

고학년의 교과전담교사제를 수학, 과학까지 확대하고, 기초학력전담, 다문화교육, AI교육 전담 등 새로운 교육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현재와 같은 임시적이 아닌 정규직 교원을 투입하고, 교육 문제를 교육적 논리로 해결하기 위하여 학교와 교육지원청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지역 단위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교원양성과정을 4+1이나 4+2로 개선하여 예비교사들의 현장 적응력과 역량을 강화히거 매년 신규교사가 일정 규모로 임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여야 한다.”

오래전에 퇴직하신 교육행정학계의 거두이신 대선배님이 초등교육 학술포럼에서 하신 고언도 인상적이었다.

“왜 교육의 문제를 정치적,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가? 교육자치가 법에 명시되어 있듯이 풀뿌리 학교 자치가 제대로 작동되게 하여 교육활동에서 발생한 문제를 교육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 스스로 교육적 논리로 해결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싱가포르의 학교 체벌 허용 관련 소식과 우리나라의 문해력 저하나 수학여행 등의 교육활동 위축이라는 두 가지 대비되는 교육 소식을 동시에 접하게 되었고, 또한 최근 개최된 초등교육 학술포럼에서 절박한 현장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다음과 같은 고민이 생겼다.

첫째, 교육의 문제를 교육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교육을 정치적으로나 사법적으로 바라보면 교육활동은 요동치고 정상적으로 갈 수 없으며, 많은 부분들이 지금처럼 제약될 수밖에 없다. 이에 학교와 교사에게 공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주면서 책임을 따져야 한다.

또한 교사 1인에게 모든 것을 해결하게 하는 구조보다는 조직적으로 접근하여 교육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는 구조로 변화되어야 한다. 교육 권한이 과거는 지나치게 공급자 위주였다면 오늘날은 지나치게 수요자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어 이에 대한 균형점을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교육을 논함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고, 교육 당국은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의 다양한 소리를 적극 경청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 관료 중심의 의사결정 체제를 반드시 변화시켜야 한다.

또한 사법적 판단에 있어서도 그 결과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교육적 부작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최종 결심 이전에 반드시 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근거로 필요에 따라 새로운 교육체제를 구안하여 교육정책을 펼쳐야 한다.

학생 수가 급감한다고 교원 수를 무조건 줄일 것이 아니라 AI 시대가 요구하는 초학습을 위한 개별학생 맞춤형 교육과 통합 지원을 위한 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교원 정원을 산정하고 교육과정과 교육재정도 함께 논의하여야 한다. 단순 산술적인 계산을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교육의 가장 중요한 변인인 교원에 관한 인사 정책들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연공서열식과 점수 위주의 승진체제, 전문성 신장을 담보하지 않는 연수체제, 어떤 변화와 노력도 요구하지 않는 단일호봉체제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은 제도이다. 미래 지향적 역량 위주의 연수와 승진 체제, 상대적으로 취약하지 않은 호봉체제로 시급히 변화되어야 한다.

나태주 시인의 대표작 풀꽃처럼 교육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교육은 뭐니뭐니해도 선생님과 학생들의 만남의 장인 학교 현장과 교실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에 대한 거시적 담론도 중요하지만 교육 현장을 미시적으로 살펴,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정해 주는 우리의 높은 교육열과 교육성과를 바탕으로 모두가 힘을 합쳐 대한민국만의 교육을 반드시 바로 세워야 할 때이다.

최재광 전국교대총동창회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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