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최금옥 칼럼니스트] 살기 바빠 하루하루가 벅찼던 시절, 필자는 배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빚을 갚아야 했고, 아이들 학비도 책임져야 했으며, 일상의 무게만으로도 숨이 찼습니다. 그런데도 시간과 자금이 조금이라도 주어지면 필자는 무엇인가를 배우러 떠났습니다. 살기도 벅찬데, 필자는 왜 그렇게까지 배움을 놓지 않았을까요?
필자에게 배움은 "성공하기 위해"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기 위해" 붙잡아야 하는 끈이었습니다. 시장이 빠르게 바뀌는 것이 보였습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얕은 지식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겠다는 위기감이 컸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석사과정을 마쳤고, 갈등관리, 스트레스 관리, 애자일, 게이미피케이션, 퍼실리테이션, 디자인 싱킹 등 분야와 교수법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습니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 사이에서 뒤처질 수 없었고, 먹고 사는 문제와 자녀 양육, 빚이라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배움에 더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절박하게 끌어안은 배움은, 과연 필자에게 어떤 기회로 돌아왔을까요?
필자는 주어진 모든 일을 감사함과 절실함으로 받아들이며 최선을 다했습니다. 한국표준협회 공개 교육에서는 서브 강사로 시작해 메인 강사로 정착했습니다. 모든 프로그램이 NCS 기반으로 개편되던 시기에, 마침 NCS 관련 책을 집필하고 영상 강의를 진행했던 경험이 결정적인 자산이 되었습니다.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교수법 연구와 교구 개발까지 이어진 노력은 좋은 강의 평가로 돌아왔고, 기관과의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 신뢰는 곧 NCS 기업활용 컨설팅 제안으로 이어졌습니다. 평소 하고 싶었던 일이었지만, 막상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을 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HR 전반을 이해하고, 피드백을 하고, 직무를 분석해야 하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영역이었기 때문입니다. 첫 해에는 PM을 돕는 일반 컨설턴트로 참여했으나, 일정에 쫓기는 PM을 대신해 혼자 매뉴얼을 파고들며 끝내 컨설팅을 완수했습니다.
너무 힘들어 "다시는 안 하겠다." 다짐했지만, 그 성실함과 꼼꼼한 보고서는 곧 인정으로 돌아왔고 필자는 이후 PM 역할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컨설팅 영역의 확장은 인증 심사원이라는 또 다른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워크숍에서 심사 매뉴얼 수정 작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심사원으로 활동하게 된 것입니다.
다만 경영학이나 이공계 출신 전문가가 대부분인 인증 심사 현장에서, 교육 분야 출신인 필자는 분명 의외의 인물이었을 것입니다. "왜 저 사람을 심사원으로 임명했을까?" 하는 호기심 어린 시선과 오해도 적지 않았습니다. 비전문가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또 배움을 선택했습니다.
바쁜 일상과 빠듯한 살림을 쪼개 무엇인가를 배우러 갈 때, 필자는 참 행복했습니다. 간절함이 곧 행복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배움 속에서의 통찰은 강의 현장에서의 좋은 피드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컨설팅도 어느덧 10년에 가까워졌고, 매년 수행 기업이 늘어났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습니다.
컨설팅을 마친 어느 날, IT 업계 60대 대표님께서 엘리베이터까지 배웅 나오시더니 90도로 인사하며 "위원님 같은 컨설턴트는 처음이었고, 영광이었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한 제조회사 이사님은 세 차례 함께 컨설팅을 진행한 뒤 "저는 최 위원님 아니면 컨설팅 안 합니다. 모르시면 배워서라도 해 주세요"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별 기대가 없으셨던 지방 제조회사 이사님이 최종 보고회에서 극찬을 하시며 "위원님이 하시는 컨설팅이 또 뭐가 있나요? 교육도 다 맡기겠습니다"라고 하셨고, 팀장과 담당자까지 주차장으로 내려와 배웅해 주셨습니다. 이 모든 순간이 필자에게는 일에 대한 깊은 보람으로 새겨졌습니다. 그 보람은 현실로도 증명 되었습니다.
우수컨설턴트 인증과 우수사례 기업 발굴 등 고용노동부 장관상과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상 등 9번의 상을 받았습니다. 인증 심사원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따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심사 질문과 기업 정보를 미리 조사하며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피드백을 할지 꼼꼼히 준비해 갔습니다.
대인관계에 강점이 있던 필자는 유연하고 편안한 심사 분위기를 만들며 성실하게 인터뷰를 이어갔습니다. 함께한 심사원들도 "역시, 왜 최 위원님을 심사원으로 모셨는지 이유를 알겠습니다"라며 인정해 주었고, 경영 파트의 심사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3년 동안 절박하게 쌓아 둔 노력이라는 자산이, 10년에 걸쳐 정직하게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확신합니다. 그 시간은 우연이 아니라 공식이었습니다. 절박했던 3년이 빛나는 10년을 만들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 놓지 않았던 배움이 곧 다음 10년의 무대였고, 감사함으로 받아 든 작은 일들이 곧 다음 10년의 신뢰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눈물은 추억이 되었고, 그 추억은 다시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울며 견디어 온 세월은 어느덧 10년을 넘었고, 지금의 필자는 전문가로서 당당히 서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3년을 준비하며, 다음 20년을 향해 걸어가고 있습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최금옥 칼럼니스트는 마인드플러스연구소 대표이자 18년 경력의 기업교육 전문가이며, 현재 한국표준협회 공개 교육 과정으로 「갈등관리를 위한 소통과 공감 리더십」, 「성장하는 조직을 위한 커리어 코칭」, 「소통하는 리더의 코칭 스킬」, 「일 잘하는 직장인의 직무 스트레스 관리」가 있으며, 기업 특강, 컨설팅, 로하스인증 심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성공적인 은퇴를 위한 생애설계』를 비롯해 7권이 있으며, 스트레스 교육 게임 도구 ‘스타카드’를 개발했다. 현재 백석대학교 대학원 평생교육·HRD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한국평생교육·HRD학회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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