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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총파업은 막았지만"…'원 삼성' 균열에 남은 후폭풍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AI 메모리 공급망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 자체가 공급망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잠정 합의 역시 완전한 해법이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총파업은 막았지만"…'원 삼성' 균열에 남은 후폭풍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출처=연합]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돌입을 불과 1시간여 앞두고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도달했지만 후폭풍 우려는 여전하다.

생산 차질 위기는 넘겼지만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 갈등과 조직 균열, 글로벌 고객사 신뢰 문제는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성과급 체계 개편 등을 담은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노조는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총파업을 유보하고 오는 22일부터 27일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내부 갈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보다 성숙하고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갈등과 봉합 이상의 문제로 보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 간 이해관계 충돌이 예상보다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모바일·가전 중심 디바이스경험(DX)부문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혀온 '원 삼성(One Samsung)' 체제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번 협상은 사실상 DS부문 성과급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적자를 기록한 DS 내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들에게 특별경영성과급 지급이 논의된 반면 수년째 흑자를 이어온 스마트폰·가전 DX부문 직원들의 성과급 문제는 교섭 핵심에서 비켜나 있었다.

이에 DX 중심 조합원들의 반발도 거셌다. 협상 과정에서 약 5000명이 노조 탈퇴를 신청했고 일부 조합원들은 교섭 중단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했다. 갈등은 노조 내부에서도 노노(勞勞) 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DX 중심 동행노조는 지난 4일 공동교섭단에서 이탈했고 최 위원장이 내부 소통방에서 "DX 솔직히 못 해 먹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삭제한 사실도 알려졌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모습. [출처=연합]

◆AI 반도체 경쟁 한복판서 터진 노사 리스크…글로벌 고객 신뢰 부담 커져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무노조 경영 종료 이후 처음 나타난 구조적 충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과거 삼성 특유의 강한 조직 결속과 일사불란한 의사결정 구조가 약화되면서 사업부별 이해관계와 보상 요구가 본격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삼성전자가 DS와 DX를 각각 상대로 개별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사업부별 이해관계가 갈라지며 경영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성과급 체계와 보상 기준을 둘러싼 불만이 다시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중재로 갈등이 봉합됐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협상은 김민석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와 이재명 대통령의 긴급조정권 가능성 언급,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직접 중재 이후 급물살을 탔다. 노사 자율 협상이라기보다 정부 압박 속에 가까스로 타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상대로 AI 메모리 공급망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 자체가 공급망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잠정 합의 역시 완전한 해법이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적자 사업부 성과급 차등 적용이 1년 유예된 데 그쳤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향후 1년 안에 새로운 성과급 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결국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전자가 기술 중심 경쟁력뿐 아니라 조직 통합과 신뢰 회복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내부 균열을 최소화하고 '원 삼성' 체제를 재정비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단순 가격 경쟁보다 안정적 생산과 공급망 관리가 핵심"이라며 "글로벌 고객사 입장에서는 생산 라인이 멈출 가능성 자체가 리스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서버용 반도체는 공급 일정이 매우 중요한 만큼 고객사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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