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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촉석루] 결국 사람이다- 김보성(창원시 마산하수센터장)

인공지능(AI)이 수억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승률이 가장 높은 길을 제시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AI는 과거의 평균치를 바탕으로 최적의 ‘정답’을 추천한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비합리적...

[촉석루] 결국 사람이다- 김보성(창원시 마산하수센터장)

인공지능(AI)이 수억 개의 데이터를 학습해 승률이 가장 높은 길을 제시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1800년 전 인물들의 지략과 실수를 반복해서 들여다본다. 삼국지는 박제된 과거가 아니다. 사람 사회의 갈등과 변수를 무한히 실행해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삶의 시뮬레이터’다.

이 시뮬레이션은 하나의 역설을 드러낸다. 가장 뛰어난 전략가로 칭송받는 인물과 실제로 최후의 승자가 된 인물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갈량이 시스템의 완벽한 효율을 추구했다면, 사마의는 의심과 굴욕을 견디며 ‘시간’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데이터는 제갈량의 승률을 높게 계산했겠지만, 판을 뒤집은 것은 수치화할 수 없는 사마의의 집요한 생존과 기다림이었다.

문제는 데이터의 한계다. AI는 과거의 평균치를 바탕으로 최적의 ‘정답’을 추천한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비합리적 변수로 가득하다. 기계는 최선의 확률을 계산할 뿐, 판 자체를 흔드는 사람의 의지까지는 읽어내지 못한다. 삼국지라는 시뮬레이터가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의 ‘선택 구조’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전을 다시 읽는 이유는 정답을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데이터가 말해주지 않는 ‘질문의 기준’을 배우기 위해서다. 정보가 평준화된 세상에서 도구는 점점 빨라지지만, 그 도구가 가리키는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판을 뒤집는 결정적 승부처에서는 언제나 데이터를 거스르는 사람의 의지가 개입했다. 고전은 수치화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무엇을 지표로 삼아야 할지를 가르쳐주는 가장 강력한 데이터셋이다.

기술은 점점 더 정확한 답을 계산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값 중 무엇을 믿고 끝까지 밀어붙일 것인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기계가 가르쳐준 확률은 참조의 대상일 뿐, 그 너머를 직접 책임지는 것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승패는 능력이 아니라 확률이 멈춘 지점에서 결정을 감당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김보성(창원시 마산하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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