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미국과 이란 간 전격적인 ‘2주 휴전’ 합의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을 단숨에 바꿨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났고, 그동안 국내 증시를 떠났던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며 코스피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코스피 6000 재돌파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77.56포인트(6.87%) 오른 5872.34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3.12포인트(5.12%) 상승한 1089.85,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3.6원 내린 1470.6원에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87% 급등한 5872.34에 마감하며 4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장중 한때 5900선을 회복하며 단기 저점을 통과했다는 인식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시장의 시선을 끄는 것은 외국인의 ‘귀환’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7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수 반등을 주도했다. 지난 2~3월 50조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하락장을 이끌었던 흐름과는 극명한 반전이다. 이달 들어 순매수 전환 조짐을 보이던 외국인은 단숨에 ‘바이 코리아’로 기조를 틀며 수급의 변곡점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기업 실적 기대가 맞물려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하루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규모로 사들이며 실적 기반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글로벌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9일(한국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2.9% 급등하며 1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S&P500과 나스닥 역시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반면 중동 리스크 완화 기대가 반영되며 국제유가는 급락, 브렌트유와 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기대까지 자극하며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수급 복귀가 단순한 기술적 반등을 넘어 ‘추세 전환’의 신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개인 투자자가 하락 구간에서 지수 하단을 방어했다면, 외국인의 본격적인 자금 유입은 지수 레벨 자체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낙관론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휴전이 ‘일시적 봉합’에 그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재점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협상 과정에서 중동 내 군사적 변수들이 재부각될 경우 유가와 환율, 금리 모두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
통화정책 역시 변수로 꼽힌다. 최근 한 달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경로 전망은 급격히 보수적으로 바뀌며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됐다. 이는 밸류에이션 확장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자금이 ‘단기 트레이딩’에 그칠지, 구조적 유입으로 이어질지는 금리와 실적의 조합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향후 휴전이 실제 종전 협상으로 이어지며 지정학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완화될 수 있는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 모멘텀이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지, 글로벌 통화정책이 시장 친화적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는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분석된다.
이 조건들이 맞물릴 경우 코스피 6000선 재돌파는 물론,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7000선 진입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 다만 단 하나라도 균열이 생길 경우 이번 반등은 ‘과도한 기대의 되돌림’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의 귀환이 일시적 반등의 불씨로 끝날지, 한국 증시 재평가의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 몇 주간의 협상 결과와 실적 시즌이 가늠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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