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숙 팜프렌즈 회장은 17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팜프렌즈 빌딩에서 대한약사회 전문언론 기자단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팜프렌즈 제공
초대형 약국의 확산으로 동네 약국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단순한 규제 논의를 넘어 실질적인 '생존 전략'을 향한 갈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동네 약국의 1인 약사들은 거대 자본의 가격 공세 앞에 기존 약국 모델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양덕숙 팜프렌즈 회장은 17일 오전 11시 대한약사회 전문언론 기자단과의 간담에서 창고형 약국의 파상공세에 맞설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양 회장은 최근 5개월간 직접 현장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체감한 경험을 바탕으로 복약지도, AI 활용, 공간 혁신, 외국인 응대 전략 등 즉각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1100평 창고형 약국 등장... 과거의 문법으론 대응 불가"
최근 자본의 급격한 유입으로 인해 경기 성남의 창고형 약국 1호부터 최근 서울 용산과 청량리 등지까지, 초대형약국이 들어서고 있다.
양 회장은 "과거 종로 일대에 400~500평 규모 약국들이 밀집해 있을 때는 서로 간의 가격 질서가 유지되었고, 고객들도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구조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창고형 약국이 전국적으로 확장되고 서울에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형 매장에서 일반의약품을 '박스' 단위로 판매하고 약사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세밀한 복약지도를 제공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창고형 약국 현장의 일반의약품 가격 때문에 동네약국이 느끼는 절망감은 절벽과도 같다. 양 회장은 "일반 동네 약국에서 4000원에 판매되는 항히스타민제를 초대형 약국에서는 매입가 수준인 1400~1500원에 내놓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동네 약국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디테일 상담'… 창고형이 닿지 못하는 틈새 뚫어야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양 회장이 제시한 전략은 '더욱 적극적인 복약지도'다. 그는 "자칫 진부한 구호처럼 들릴 수 있지만, 약사들응 복약지도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미래의 불편함까지 예견해주는 상담이 핵심"이라며 사례를 전했다.
양 회장은 "고지혈증 약을 장기 복용하며 기력 저하나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었다"며 "이들에게 단순히 영양제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 작용 기전상 코엔자임Q10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원리를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외국에서는 이런 성분이 처방약으로 나왔지만 국내에서는 일반의약품 제품이 많다는 점을 알려 보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그 결과 80% 이상의 환자는 '병원에서도 듣지 못한 귀한 정보를 얻었다'며 깊은 신뢰를 보내왔다. 이렇게 약사 누구나 적극적으로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담 과정에서 에피소드도 공유됐다. 양 회장은 "최근 젊은 부모들은 SNS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제품을 지목해 구매하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약사의 전문적 개입이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비충혈제거제를 아기에게 사용하겠다는 부모에게 해당 성분이 영유아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단호하면서도 짚어줬다"며 "대신 히알루론산 성분 기반의 대안을 제시했더니 고객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단골이 됐다. 이런 정서적 유대와 전문적 보호는 계산대만 즐비한 초대형 약국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동네 약국만의 무기다. 약사들은 창고형의 공세에 맞서 복약지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양덕숙 회장이 팜프렌즈 빌딩 1층에 있는 케어솔약국 부띠크 존에서 복약지도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최선재 선임기자
'AI·SNS 교육'으로 젊은 약사의 숨통 틔워야… 1인 브랜딩 시대
약사들이 1인 브랜딩을 위해 AI와 SNS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양 회장은 "6년제 교육을 받은 우수한 젊은 약사들이 자본의 공세에 막막함을 느껴 개국을 포기하는 현실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약사 스스로가 SNS를 기반으로 한 '1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요즘은 30대부터 50대까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화면을 내밀며 약국에 찾아와 상담을 요청하는 시대다. 정보의 흐름이 이미 바뀐 것"이라며 "젊은 약사들이 자신의 브랜딩을 위해 AI도구와 SNS를 활용해 자신의 약국을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약사회와 지역 커뮤니티가 AI 도구와 SNS 마케팅 강좌를 열어 실제 시연을 보여주고 길잡이가 되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양 회장이 최근 참여한 강좌에서는 60대 노련한 약사들조차 디지털 활용 의지를 불태울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양 회장은 "젊은 약사들의 열정은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교육의 형태로 디지털이라는 무기를 쥐여준다면 젊은 약사들이 선배 세대가 마련해야 할 탈출구를 토대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더 예쁜 '부티크 존' 조성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하라
마지막으로 약국 공간의 미학적 접근과 글로벌 대응력을 주문했다. 양 회장은 "과거에는 약국 인테리어의 중요성을 설득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공간은 곧 전문성의 시각적 증명"이라며 프랑스 도심 약국들을 모델로 한 '부티크 존' 도입을 권장했다.
고객이 편안하게 머물며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세련된 공간 구성이 약국의 격을 높인다는 논리다. 부티크 존을 조성하고 외국인들을 위한 복약지도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콜롬비아 출신의 프랑스인 부부에게 K-코스메틱 일반의약품을 제안해 큰 호응을 얻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우리 약국에 최근 콜롬비아에서 태어났는데 국적이 프랑스인 여성이 찾아왔다. 그의 아들이 이번주 결혼을 하는데 주말 파티를 앞두고 있었다. 고객에게 '당신을 파티걸로 만들어줄 비책'이라며 PDRN 성분의 일반의약품을 추천한 결과 구매로 이어졌다. "
그는 약국 공간 한쪽에 부티크존을 꾸려 외국인을 더욱 유치하고 있다. 언어의 장벽은 끊임없는 학습과 훈련으로 극복하고 있다.
양 회장은 "외국인들은 창고형 약국보다 접근성 좋은 동네 약국에서 한국의 수준 높은 케어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며 "홍대, 명동에만 외국인들이 많은 것이 아니다. K-컬처 열풍으로 동네 약국 곳곳에 외국인들이 즐비한 시대"라고 말했다
그는 "동네 약국 안에 예쁘고 정돈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며 "영어를 꾸준히 배우고 약사 전문성을 토대로 외국인들을 향해 K-코스메틱 제품의 강점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고형 약국를 향한 맹목적 비판보다는 자신의 내실을 다듬고 역령을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