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63빌딩 전경. 한화생명 제공 [뉴스락]
[뉴스락] 보험 판매시장의 권력이 이동하고 있다. 전속 설계사 중심이던 구조는 무너지고, 초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이 시장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이 변화를 밀어 올린 결정적 배경이다. 간병·건강보험 등 복합 보장 수요가 폭증하면서 소비자는 ‘한 회사 상품’이 아닌 ‘비교와 선택’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GA 채널의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 흐름의 정점에는 한화 계열 GA가 있다.
4일 금융감독원 및 보험GA협회 등에 따르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대표 최승영) 소속 설계사 수는 지난 2023년 2만2609명에서 지난해 2만7453명으로 2년 사이 21.4% 늘었다.
계열 GA인 피플라이프(4690명), 한화라이프랩(4012명), 아이에프씨그룹(2465명)을 합산하면 한화 계열 GA 설계사는 3만8620명으로 전체 GA 설계사의 약 13%에 달한다.
GA 시장 자체의 존재감도 전속채널을 이미 넘어섰다. 지난 2024년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는 28만8446명으로 전체 보험판매채널 설계사 65만1256명의 44.3%를 차지했다.
외형 성장세도 뚜렷하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매출은 출범 당시인 지난 2021년 3280억원에서 지난해 2조4397억원으로 늘어 2년 연속 2조원을 넘겼다. 순이익은 전년 1525억원에 이어 지난해 1158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초대형 GA는 규모의 경제를 넘어 관리 역량에서도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시스템 기반 통제와 교육 체계를 통해 불완전판매율을 낮추며 소비자 보호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실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업계 최저 수준의 불완전판매율을 기록하며 ‘대형화의 효율성’을 입증했다.
금융감독원,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2024년도 내부통제 실태 평가 결과. [뉴스락[
하지만 외형이 거대진 만큼 그림자도 함께 짙어지고 있다.
GA 시장의 대형화 흐름이 굳어지는 가운데 성장의 과실이 시장 전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내부통제와 감독 체계의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우려는 내부통제 격차다. 금융감독원 평가에서 중소형 GA의 절반 이상이 취약·위험 등급을 받았다. 반면 초대형 GA는 대부분 우수 등급을 기록했다. 시장이 커질수록 ‘안전한 대형사’로 쏠리고, 그만큼 중소형 GA의 통제 공백은 더 벌어지는 구조다.
수수료 구조도 새로운 불안 요인이다. GA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보험사는 판매망 확보를 위해 수수료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대형 GA가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면 보험사는 이를 사업비에 반영하고, 결국 그 부담은 보험료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1200%룰’ 확대 역시 변수다. 제도 취지는 과도한 선지급 수수료를 막는 것이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GA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설계사 이동이 가속화되며 초대형 GA 중심의 재편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규제가 오히려 ‘대형화’를 밀어주는 역설이 나타나는 셈이다.
결국 핵심은 ‘쏠림’ 그 자체가 아니라 ‘격차’다.
대형 GA는 더 커지고, 중소형 GA는 더 취약해지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시장의 균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판매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뒤에 숨어 있는 구조적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형기 국립목포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뉴스락>과의 통화에서 “AI 보험 상담이 확산될수록 대면 설계사의 고품질 서비스는 오히려 더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며 GA 비중 확대의 배경을 짚었다.
이어 “수수료 인상이 곧바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시장 구조 변화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보다 입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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