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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고압 송전선로, 마지막 쟁점은 주민 목소리

정부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대규모 전력망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업 추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최종 노선 결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을 어디까지 보장하느냐다. 대전·충남지역이...

초고압 송전선로, 마지막 쟁점은 주민 목소리
신정읍-신계룡 18일 회의 주목…주민 주도 논의 막바지
신계룡-북천안도 시한 3개월 남아…대전·충남 전역 긴장
주민들 백지화·우회안 촉구…전문가 "공론장 보장해야"
'충청 송전선로' 갈등 확산 (下)
대전 서구 장안·기성동 주민 일동이 12일 서구 장안동 수양원 앞에서 정부의 국가기간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대한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다. 김영태 기자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해법은 속도보다 숙의에 방점이 찍힌다.

정부가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대규모 전력망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사업 추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최종 노선 결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을 어디까지 보장하느냐다.

대전·충남지역이 포함된 건설 구간이 후보 노선과 최종 노선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주민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시한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논의의 무게중심이 주민에서 사업시행자인 한국전력공사로 넘어가는 순간 지역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어서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에 고시된 송·변전설비 입지선정위 구성 및 운영기준에 따르면 주민 주도의 입지선정위원회는 최대 1년 6개월간 운영할 수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사업시행사인 한전이 자체적으로 입지선정위원회를 꾸리게 된다. 형식상 논의는 이어질 수 있지만 실질적 주도권이 주민에서 한전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신정읍-신계룡 345㎸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이런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사업은 후보 노선이 1-3구간으로 나뉘어 정해졌고 충청권은 3구간에 포함됐다. 해당 구간은 충남 금산과 논산, 계룡, 대전 서구 장안동·오동·평촌동·우명동·원정동 등 5곳이다. 오는 18일에는 최종 노선 확정을 위한 입지선정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이 회의가 주민 주도 입지선정위 체제의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전 중부지역본부도 이런 구조를 인정하고 있다.

한전 중부지역본부 관계자는 "법상 운영 기간이 끝나면 한전 내부 규정에 따라 입지선정위원회를 다시 구성하게 된다"면서도 "기존 입지선정위 구성원도 원할 경우 한전 주도의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마지막 회의에서 최종 노선을 확정하지 못할 경우다. 내달부터는 한전이 별도 위원회를 꾸리게 돼 주민 대표성이 지금보다 약해진 상태에서 사업이 이어질 수 있다. 주민 입장에선 논의의 틀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발언권과 협상력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비슷한 상황은 다른 사업 구간에도 닥쳐 있다. 충남과 대전 서구·유성구 일대가 대거 포함된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사업 역시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시한이 3개월 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지역사회가 송전선로 문제를 단순한 찬반 구도가 아니라 절차와 대표성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막판 협상 카드로 '백지화'와 '주택가 우회'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대전 서구 기성·장안동 주민들은 12일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한전 설명회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주민들은 사업 백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주택가와 도심을 피해 가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지중화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송전선로 설치가 단순한 전력망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 발전 구도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 의견 수렴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청훈 배재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송전선로가 설치되면 전압과 이격거리 기준에 따라 학교와 병원 등 대형 건축물 허가가 제한될 수 있어 지역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주민 삶이 달린 사안인 만큼 결론에 이르는 마지막 단계까지 주민이 중심이 되는 공론의 장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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