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인프라 공급자’로서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
영업이익률 71.5% 달성… 파운드리 1위 TSMC 압도
HBM3E 공급 본격화로 빅테크 수요 독점적 선점
[아시아타임즈=이하영 기자] 인공지능(AI) 골드러시 시대에 SK하이닉스가 ‘청바지 기업’으로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19세기 미국 골드러시 당시 금을 캐는 광부들보다 그들에게 작업복(청바지)을 팔았던 기업들이 막대한 부를 쌓았듯이, AI 인프라 구축의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전략이 적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1분기 영업이익 37조6000억원… 수익성 지표 TSMC 제쳐
SK하이닉스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23일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매출액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대비 매출은 198.1%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무려 405.5%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수익성이다. 이번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약 71.5%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수익성의 척도로 불리는 대만 TSMC의 1분기 영업이익률(58.1%)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파운드리 절대 강자인 TSMC의 영업이익률을 넘어선 것은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실제 SK하이닉스도 이례적인 이번 실적에 주목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분기 매출이 5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영업이익은 전분기(19조1696억원) 대비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특히 견조한 실적에 힘입어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54조3000억원으로 늘어났고,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35조원을 달성하며 재무 건전성도 대폭 강화됐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엔비디아와의 강력한 파트너십… HBM 기술 경쟁력이 핵심
이 같은 실적 급등의 일등 공신은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이라는 평가다. AI 시대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병렬 연산에 최적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이 분야의 세계 최고봉인 미국 엔비디아의 GPU에는 데이터 처리 병목 현상을 해결해 줄 고성능 메모리인 HBM이 반드시 탑재되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세계 최초로 4세대 제품인 HBM3를 개발하고 지난해 양산에 성공하며 시장 주도권을 완벽히 장악했다. 특히 최근에는 5세대 제품인 HBM3E의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투자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데이터 처리량과 저장 능력이 동시에 중요해진 AI 서버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HBM 기술력이 대체 불가능한 위치에 올라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에 대해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HBM, 고용량 서버용 DRAM 모듈,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회사는 AI가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실시간 추론을 반복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단계로 진화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DRAM에서 낸드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메모리 효율화 기술이 AI 서비스의 경제성을 높여 전체 시장 규모를 키우고, 이것이 다시 메모리 수요를 부추기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SK하이닉스는 HBM의 종합 실행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제품 공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DRAM은 세계 최초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LPDDR6와 192GB SOCAMM2 공급을 본격화하고, 낸드는 세계 최초 321단 QLC 기술을 적용한 cSSD와 고성능 eSSD 라인업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 특히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를 통해 대용량 QLC eSSD 시장의 지배력을 높일 계획이다.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 규모도 전년대비 크게 늘린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램프업과 용인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EUV 등 핵심 장비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충하겠다”며 “수요 가시성을 고려한 투자를 통해 공급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사이클의 구조적 변화… ‘AI 슈퍼 사이클’ 진입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이 단순한 단기 업황 회복이 아닌, 반도체 사이클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과거 PC나 스마트폰 중심의 사이클과 달리, AI는 국가적·산업적 필수 과제로 부상하며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는 ‘롱 사이클’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50만원까지 상향 조정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출시 로드맵과 맞물려 HBM3E를 넘어선 차세대 제품에서도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3E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만큼, 향후 분기 실적은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