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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청문리답]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한 번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기회의 도시’ 만들 것”

조재구 남구청장이 추현호 대구신문 부설 대구경북청년인재개발원 부원장과 청문리답 인터뷰를 하고 있다.

결혼·임신·출산부터 일자리까지

7개 분야 ‘무지개 프로젝트’ 추진

마음이 힘들다면 회복 시간을

구직청년에겐 자격증 교육을

창업 꿈 꾼다면 사업화 기회를

혼자 산다면 주거 지원 연결

조재구 남구청장이 추현호 대구신문 부설 대구경북청년인재개발원 부원장과 청문리답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구 남구는 1985년 35만 명에 가까웠던 인구가 2023년 말 13만9천 명까지 내려온 구다.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의 하나이고, 2024년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인구정책국을 만들었다. 그 인구가 올해 돌아섰다. 지난 5월 말 14만620명, 1년 사이 4천여 명이 늘어 대구 아홉 구·군 가운데 가장 큰 증가다. 대명동의 새 아파트가 이끈 숫자다. 그 대명동에 프롤로그가 예고한 질문은 대학 4년을 보낸 청년이 남을 이유였다. 3선에 오른 조재구 남구청장을 지난 1일 남구청에서 만났다. 지난 4년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으로 226개 시·군·구를 대표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청년들에게 당장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는 말을 건넸다.

△대명동에서 대학 4년을 보낸 청년이 졸업 뒤에도 남으려면 무엇이 먼저 필요합니까

“졸업 이후에도 남구에서 일하고 생활하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다. 계명대가 있는 대명3동은 문화예술·디자인·영상·디지털콘텐츠 역량을 가진 청년들이 활동하는 곳이다. 남구 창업플랫폼에서 발굴한 청년과 기업에는 사업이 끝난 뒤에도 입주 공간과 사업화 프로그램을 이어 남구에 사업자를 유지하도록 학교와 함께 후속지원을 펴겠다. 대명동을 재학 기간에만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졸업 뒤에도 일하고 창업하며 삶의 기반을 만드는 청년정착 거점으로 만들겠다.”

남구 창업플랫폼은 계명대 대명캠퍼스 동산관의 유휴공간 1천100평을 고쳐 올해 2월 문을 열었다. 디지털 컬처테크 분야 초기 창업자를 키우는 청년창업루키랩 사업을 그곳에서 4.1 대 1의 경쟁률로 시작했고, 플랫폼 내 창업보육공간에 30개사의 창업기업이 남구로 사업자를 옮겼다. 특히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는 신호로 그는 기업 이름 하나를 꺼냈다.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가진 하이픽션 스튜디오가 루키랩을 계기로 수도권에서 남구로 사업 기반을 옮겨 입주했다. “남구 청년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도권의 경쟁력 있는 청년기업을 남구로 불러온 것이다.” 관내 여섯 대학과 교육에서 일자리로, 일자리에서 정주로 이어지는 경로가 그가 꼽은 민선 9기의 첫 경로다.

△청년이 “여기 계속 살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가장 큰 자산은 무엇입니까

“합리적인 주거비용과 편리한 교통이다. 앞산과 신천 같은 자연환경, 한강 이남 최대의 문화예술 자원도 큰 자산이다. 주거와 문화를 결합하는 청년정책을 역점에 두고 있다. 월세를 지원하고 청년둥지 프로젝트로 전월세 계약 상담을 제공하며, 신혼부부에게는 주택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한다. 남구는 청년이 잠시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활동하며 둥지를 틀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 답의 뼈대가 무지개 프로젝트다. 결혼, 임신·출산, 보육, 교육, 주거, 청년·일자리, 공연문화·관광 일곱 분야를 하나로 묶어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다. 신혼부부 주택구입 대출이자는 연 최대 300만 원, 청년 창업 지원은 최대 2천만 원이다. 인구정책국 안에서 청년의 자리를 묻자 그는 말했다. “무지개 프로젝트는 결혼과 임신·출산으로 시작해 청년과 일자리로 마무리된다. 청년이 출발부터 마무리까지 인구정책을 좌우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청년이 있어야 남구가 있고, 청년이 남구에서 행복해야 남구가 행복하다.”

△정부·대구시 정책을 남구 조건에 맞게 바꿔 적용한 사례가 있습니까

“행정안전부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이 2024년 이후 일몰될 것을 미리 파악하고, 그해부터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투입해 청년일자리 지원사업을 3년째 추진하고 있다. 연간 예산 1~2억 원에 수혜자 5명 안팎이던 사업 규모를 기금 10억 원으로 키워 취·창업 수혜자를 100여 명까지 늘렸다. 주거도 국토교통부 청년월세지원으로 끝내지 않고 청년임대주택과 중개보수·이사비 지원을 내년부터 시작한다.”

5명이 100명이 된 셈이다. 남구 청년조사에서 미혼 64.4%, 기혼 65.3%가 가장 바라는 지원으로 고용을 꼽았다. 기금을 먼저 그곳에 쓴 이유다.

당장은 답 찾지 못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다시 걸음 내딛는 것

모두가 다른 속도로 움직이듯

청년정책도 여러가지 속도로

억지로 붙잡아두는 정책 아닌

스스로 남고 싶도록 만들 것

△한 번 실패한 청년이 다시 시작할 기회가 남구 안에 있습니까

“있다. 청년도전지원사업으로 구직단념 청년을 발굴해 자신감과 구직 의욕을 회복하는 프로그램을 3년째 운영하고, 그 뒤는 구직등록과 직업훈련, 취업지원서비스로 잇는다. 청년에게 ‘실패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보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회복에서 역량강화로, 다시 취업과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남구의 목표다. 한 번의 실패나 공백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그 문장은 그의 이력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2006년 한나라당 공천으로 남구의원이 된 그는 4년 뒤 시의원에 도전하려 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무소속으로 다시 구의원 선거에 나섰고 당선됐다. 그 임기에 남구의회 의장을 지냈고, 다시 4년 뒤 시의원 선거에서 82.72%를 얻었다. 2018년 구청장이 됐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공천이라는 문이 닫혔을 때 무소속으로 유권자 앞에 다시 선 적이 있는 사람이다. 먼저 챙기겠다고 한 대상도 구직단념 청년과 관계가 약해진 청년이다. “청년은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상황과 시간표를 가진 사람들이다. 정책에서 멀어져 있는 청년을 먼저 찾아내겠다.”

△지난 4년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을 지내셨습니다. 그 시간이 남긴 것은

“4년 동안 정책 건의 971건을 발굴했고 정부 회신율이 92.2%, 그 가운데 109건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다. 30년 동안 인구 규모로 획일적이던 지방정부 조직 기준을 고쳐 인구 10만 미만 93개 시·군·구의 부단체장 직급을 4급에서 3급으로 올렸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국비 부담을 80%에서 90%로 올려 지방 부담 1조 2천억 원을 덜었다. 지방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고 합리적인 근거를 갖추면 정부와 국회도 움직인다. 국가가 결정한 정책에는 국가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남은 과제로 그는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바꾸는 개헌을 꼽았다. 971건을 건의해 109건을 바꿨다. 아홉 번 가운데 여덟 번은 당장 답을 얻지 못한 셈이다. 그래도 다음 건의를 냈다는 것이 이 숫자의 뜻이다. 14만 명 구의 청장이 226곳을 대표해 30년 된 기준을 바꿨다.

청년에게 묻는 재도전의 이야기를 그는 자기 4년으로 먼저 답했다.

△청년 의견이 예산이나 사업을 바꾼 사례가 있습니까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경력보유여성 청년 30명이 6개 팀으로 리빙랩을 했다. 참여자가 직접 조사하고 기획하며 당사자 관점에서 재도약의 문제를 정의했다. 그 결과 사회참여 회복 프로그램과 AI 기반 창업실험 프로그램 2건을 내년 청년도전지원사업에 개설한다. 청년에게 의견을 내달라고만 말하지 않겠다. 남구의 정책을 함께 만들고 남구의 미래를 함께 결정해 달라고 말하겠다.”

2년 안에 직접 실행할 사업으로 꼽은 것은 준비 중인 전국 청년 AI 정책 포럼이다. 청년이 제안한 해결 방안을 창업플랫폼을 거쳐 생활 서비스에 적용하는 실증사업으로 키운다.

△마지막으로 남구 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당장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멈춰 있지 않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것이다. 청년의 삶은 모두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남구의 청년정책도 한 가지 속도를 요구하지 않겠다. 마음이 힘든 청년에게는 회복할 시간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직무교육과 자격증 지원을, 창업을 꿈꾸는 청년에게는 사업화 기회를, 혼자 사는 청년에게는 자립과 주거 지원을 연결하겠다. 하나 더, 남구에서 여러분의 미래를 만들어도 된다. 청년을 억지로 붙잡아 두는 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남구에 남고 싶도록 만드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

정해진 인터뷰는 거기까지였다. 그는 한 시간을 더 냈다. 자리는 남구의 오래된 노포 식당으로 옮겨졌다. 그는 청년을 마주하고 앉아 비는 그릇부터 직접 채워 주었고, 구청장실에서 한 단락으로 지나간 이야기가 식탁에서는 길어졌다. 공천을 받지 못했던 해, 무소속으로 다시 나섰던 선거, 그 뒤의 선거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말을 그는 자기 이야기로 한 번 더 건넸다. 청년의 그릇을 채우는 일과 자기 실패를 먼저 꺼내 보이는 일은 같은 자세에서 나온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멈추지만 말라고 했고,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일찍 성공하지 말라고 했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당장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다고 했다. 세 문장은 모두 속도에 관한 것이었다. 남구의 문장에는 주석이 하나 더 붙는다. 공천이 막혔을 때 무소속으로 돌아온 사람, 4년 동안 971번 묻고 109번 답을 받아낸 사람, 식당에서 청년의 그릇을 먼저 채운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다. 3선 구청장 세 사람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이어지는 연재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군수 두 사람을 만난다.

추현호 대구신문 부설 대구경북청년인재개발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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