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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청론직설] “체감과 괴리 큰 착시경제 심각…‘쇼터미즘’ 벗고 장기비전 세워야”

지난달 월간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올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과 4% 안팎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곤

논설위원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착시경제와 K자형 성장을 극복하려면 비전과 일관성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지난달 월간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올해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과 4% 안팎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데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高)’ 여파로 중소기업과 서민층 등 경제의 약한 고리가 타격을 받고 있어 ‘K자형’ 회복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석유화학·철강·건설 등 어려운 분야가 너무 많다”며 “겉으로 드러난 경제지표와 달리 실물경제는 여전히 부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치와 체감상 괴리가 너무 큰 ‘착시경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비전을 제시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쇼터미즘(

short-termism·

단기실적주의)’에 빠져 정무적 개입을 남발하며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착시경제라고 판단한다. 반도체 등 순수출로 끌어올려진 성장률이 놀라운 수준이고 특히 외환위기 이후 5년에 1%포인트 정도씩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장률이 반등하는 자체는 매우 반갑다. 하지만 상후하박의 K자형 성장이 명확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성장의 과실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기업 및 계층에 대한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분들을 경제적으로 더욱 어렵게 할 요소는 공급 충격과 고환율 등으로 인한 고물가와 자산 양극화라고 본다.

-확장재정이 환율과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지금의 고물가는 이란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 충격과 반도체 수출 급증으로 수요 증가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이 확장적이기 어려운데 만약 통화정책과 충돌되는 재정정책, 즉 확장재정 기조가 이어진다면 결과적으로 물가를 자극하고 경제 전체를 힘들게 할 수 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충돌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방향으로 같이 맞춰야 되느냐라고 봤을 때 중앙은행 쪽에 맞추는 게 경제적으로는 합리성이 담보되는 방향이다.

-착시경제의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면.

△정부 부채 비율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아니라 물가 변동까지 반영한 명목 GDP를 모수로 사용한다. 수출 물가가 많이 올라 명목 GDP 성장률 상승이 실질 GDP 성장률 상승보다 가파르기 때문에 정부 부채가 늘더라도 부채 비율이 빠르게 늘지 않거나 심지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부채 부담이 과소평가될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고령 인구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고 전체 인구도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인구구조가 재정에 주는 부담이 곧 가시화되고 그 속도를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라 걱정이다. 정부는 항상 더 돈을 쓰고 싶어하고 한 번 지출한 항목은 쉽게 줄이거나 없애지 못하는데 이런 때 반도체발(發) 초과세수가 대거 발생하는 것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초과세수를 추가세수로 부르던데.

△더 지켜봐야 하지만 초과세수가 국채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이는 것을 막고자 ‘추가세수’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온 것은 아닌지 유의해서 봐야 한다. 초과세수였으면 빚 갚는 데 먼저 써야 되는데 굳이 추가세수라는 말을 만들었다라는 건 빚 갚는 데 먼저 쓰지 않겠다는 얘기 아닌가. 돈이 좀 갑자기 많이 들어왔다고 펑펑 써버릴 생각부터 하면서 또 용어까지 만들어 하는 일에 걸림돌이 없게끔 하려고 하는 것은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일이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정부가 환율을 통제할 수 있다거나 통제해야 한다거나 하는 정치적 부담을 국민적으로 없애줘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미 고환율이 방치되고 어느 정도는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같은 중요한 과제를 생각할 때 정부의 개입이 느슨해지도록 두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고환율을 ‘성공의 대가’로 포장까지 하는 건 부적절하다.

-자산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확대는 실물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자산시장에 쏠렸다. 자산은 축적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자산 양극화가 소득 양극화보다 훨씬 더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국민 전반의 자산이 증가하는 건 중요하다. 자산가치 상승이 미래의 처분가능소득을 늘리고 자산의 처분으로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나오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자산 양극화가 부추겨진다는 측면에서 주식시장 부양도 부동산 가격 상승과 비슷하게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동시에 올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같은 세제 개편의 목적이 무엇일까. 집값을 잡으려면 보유세는 올려도 양도세는 내려 매물이 나오게 해야 한다. 양도세를 올려 퇴로를 막으면 매물이 잠기고 주택 보유자들은 제도가 느슨해지는 틈만 기다리게 될 것이다. 매물이 잠기면 집값이 하락하기 어렵다. 따라서 양도세도 올리겠다는 것은 집값 안정 이외의 목적이 들어간 것이고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요약하면 아무리 오래 보유하더라도 집으로 큰돈을 버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렇다면 집값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나.

△2010년대 중반 이후 모든 집값 상승은 서울에서 출발하고 서울에서 끝났다. 사람들의 욕망과 기대를 완전히 바꿀 수 없다면 서울에 사람들이 바라는 주거 서비스를 늘리는 것만이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현실적으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를 없애거나 크게 완화해 재건축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진보 정권에서 이를 허용할 리 없다고 생각을 하니 최강의 대출 규제 등에도 서울 집값이 불안한 것이다.

-반도체 초과이윤으로 ‘사회연대기금’을 도입한다는데.

△자칫 ‘제2의 소득주도성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에서 들여왔는데 너무 K식(한국식)으로 바꾸고 협소하게 해석을 하고 있다. 이래서는 왜곡 반영될 뿐만 아니라 결과도 결코 예측하기 어렵다. 스웨덴의 렌-마이드너 모델(Rehn-Meidner Model)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임금 산업의 임금 상승을 제한하고 저임금 산업의 임금도 어느 정도 상승 가능하도록 상하를 다 통제했다. 이렇게 창출된 기업의 이익을 기금으로 조성해 저임금 산업에서 고임금 산업으로 인력이 이동할 수 있도록 재교육 등을 하도록 했다. 산업 구조조정도 중요한 목적이었다. 이런 배경을 다 떼고 어려운 기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임금을 보조하겠다는 제도에 사회연대임금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관련된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력·용수 다 문제지만 정치권에서 직접 말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력’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회사들이 비즈니스하기 좋은 미국의 도시들 순위(FT-Nikkei ranking)를 매긴 것이 있다. 올해 1등이 보스턴이었는데 그 전까지 비슷한 순위조사에서 텍사스나 플로리다의 도시들이 꼽혔던 것과 매우 다른 결과다. 인력 조달 항목에 가중치를 늘렸더니 보스턴이 1등이 되었다고 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이슈이기는 하지만 인재 확보 문제까지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용인 다음으로 호남을 선택했을지 의문이다. 이런 대규모 투자 결정은 아무리 국가적으로 중요하더라도 기업이 먼저 입지를 정하고 정부와 상황 조율을 하는 것이 맞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노조 중심 노동정책이 제조업 일자리를 더 빠르게 줄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정훈 기자

-저출생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왔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실효성 있는 묘안이 있나.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은 더 이상 레토릭이 아니다. 청년 여성들은 커리어 진입을 가정 구성보다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커리어를 당연히 추구하고자 하는 청년이 결혼도 하기 바란다면 국가적으로 일·가정 양립의 걸림돌을 치우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존에 하던 정책을 그대로 하는 게 아니라 유효한 정책을 선별하고 예산을 더 집중해야 한다. 백과사전식으로 늘어놓고 여기 찔끔 저기 찔끔 하는 방식으로는 어렵다. 육아휴직 역시 업무에 공백이 생긴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본다.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적용해 계속 일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정권이 바뀌고 1년이 넘었는데도 저출생 고령화에 대한 조직도 정책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한국 경제의 ‘초크 포인트’라고 지적했는데.

△고용 경직성과 임금 경직성 모두 문제다. 고용이 보호되는 일자리에서 임금 체계도 연공서열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도 심해진다. 고용 경직성을 고용 안정성이라 뒤집어 볼 수도 있을 텐데 안정성은 지키는 게 좋다는 공감대가 있다면 임금 경직성이라도 풀어야 지금과 같은 경향적 고용 위축의 완화가 가능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피지컬 AI가 발달하는 속도를 생각하면 제도 개선이 늦어질 경우 영영 고용 회복의 기회는 오지 않을 수 있다.

-친노조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큰 걱정은 정부에서 노동 정책을 경제 정책에서 분리해서 노조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이다. 노조 가입률이 20%도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접근은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노조 중심의 노동 정책의 결과 제조업의 일자리를 더 빠르게 줄일 것 같은데 제조업 종사자가 줄면 근로소득 양극화도 더 심해질 것이라 걱정이다.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비판해왔는데.

△제일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가 금융, 특히 은행이 관치에서 못 벗어나고 계속 동원되는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정권에 상관 없이 너무 편하게 이용한다. 공무원들은 은행 돈을 이용해서 수조 원 단위 정책을 발표하고 경영진에 낙하산으로 내려온다. 은행도 정부 규제 속에서 방카슈랑스나 증권 투자상품 판매 확대 등 원하는 것을 얻어 왔다. 정부와 은행의 공생 관계가 너무 오래 됐고 과연 끊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을 증시 부양이나 환율 관리에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이 경제 펀더멘털에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활기를 불어 넣어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은행은 여전히 주택담보대출과 예대 마진으로 돈을 벌고 증권사도 투자은행(IB)한다고 하면서 여전히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중개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지 않나. 자본시장이 후진적인 이유는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다 정해주고 은행과 증권사가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6대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건드릴 걸로 보인다. 개혁의 일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구조 개혁을 위해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AI 관련된 무슨 혁신 교육을 논한다고 개혁이 되는 게 아니다. 5년짜리 대통령과 4년짜리 국회의원이 가진 목적 함수를 봤을 때 할 수 있는 구조 개혁에 한계가 있다.

국가의 장기적 성장에 필요한 포석을 깔기에는 쉽지 않고 누가 총대를 메고 연금·교육·노동 개혁을 얘기하겠는가. 그렇지만 구조 개혁을 하지 않고서 과연 근본적인 성장률 반등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금 필요한 지도자의 리더십은.

△공적 마인드가 비교적 투철한 정치 리더의 비율이 더 늘어나고 궁극적으로 그런 분들 가운데 대통령이 나온다면 5년 동안 보람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리더라면 행정을 잘하는 것보다 비전이 더 중요하다. 정치 리더의 비전이 뚜렷하면 공무원들이 액션 플랜은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면 다른 생각이 더 많은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것 같다.

She is…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진명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금융연구소를 거쳐 2007년부터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경제학회 사무국장, 한국금융학회 이사,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기획재정부 정책성과평가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재정경제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필요한 만큼 배우는 경제학’ ‘결혼 옵션 세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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