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조정회의서 27일로 기한 연장
카카오 법인 5곳 ‘파업 찬성’ 가결
본사 포함 ‘공동 쟁의권’ 확보하나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 가능성 낮아
(성남=연합뉴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26.5.20
[천지일보=황해연 기자] 카카오 그룹이 창사 이래 첫 공동 총파업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국면에 직면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극적으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고비를 넘긴 것과 달리 카카오는 이번 주 열리는 노동위원회 조정 결과에 따라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연쇄 총파업으로 확산할 수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와 사측은 오는 27일 오후 3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2차 조정 회의를 진행한다. 앞서 노사는 지난 18일 1차 조정에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으나 추가 협의를 위해 상호 합의로 조정 기일을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긴장감이 여느 때보다 높은 이유는 이미 파업을 위한 내부 동력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노조가 지난 20일 카카오 본사를 포함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투표는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
박성의 카카오지회 부지회장은 지난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결의대회에서 “카카오와 계열사 등 5개 법인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향후 투쟁 계획은 추후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4개 계열사는 이미 지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인 카카오 본사마저 오는 27일 2차 조정이 결렬돼 지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5개 법인이 동시에 합법적인 단체행동에 나설 수 있는 ‘공동 쟁의권’이 최종 마련된다.
(성남=연합뉴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5.20
◆‘보상 격차’ 불만 속 ‘고용 불안’ 확산
노사 갈등이 파업 기로까지 치달은 표면적인 쟁점은 성과급 보상 구조를 둘러싼 평행선에 있다.
노조 측은 사측이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경영진에게는 수십억 원대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도 직원들에게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불투명한 성과급 기준을 제시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500만원 상당의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 재원에 산입하는 문제를 두고 사측은 이를 성과급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성과급과 별개로 다뤄야 할 몫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 ‘과도한 성과급 요구’ 의혹에 대해서도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안은 교섭 과정에서 오간 검토안 중 하나이며 교섭 결렬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성과급 산정 기준 갈등을 넘어 최근 추진된 조직 개편 과정에서 누적된 ‘고용 불안감’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체제를 개편하며 포털 다음(Daum) 사업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한 뒤 자회사 ‘AXZ(에이엑스지)’를 설립하고 불과 수개월 만에 AI 기업 ‘업스테이지’와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고용 불안 심리가 전사적으로 촉발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사측의 소극적인 교섭 태도도 갈등을 부추겼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노조가 교섭 요청을 한 것은 지난해지만 회사가 교섭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세우면서 실제 교섭은 노동부 권고가 나온 후인 4월 말에야 진행됐다”며 “회사가 제대로 교섭에 참여하지 않았던 부분이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에 노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대 공동 요구안(경영 쇄신 및 책임 경영, 고용 안정과 공동체 안전망 구축, 공정한 성과 보상 및 이익 분배, 보편적 노동환경과 복지체계 구축)’을 별도로 제시한 상태다.
서 지회장은 “공동 요구안은 카카오 공동체 안에서 노동환경의 격차를 줄이고 공동체 전체의 책임 경영과 고용 안정을 만들어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 체계와 보편적인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며 “회사와 함께 공멸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부당한 현실에 굴복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카톡 먹통 가능성 낮아… AI 전환 ‘골든타임’ 상실 우려
이용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실제 파업이 발생했을 때 국내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 서비스가 중단될지 여부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강행되더라도 당장 ‘카톡 먹통’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IT 플랫폼 산업의 특성상 대부분의 시스템이 자동화돼 있는 데다 비조합원 및 필수 대기 인력을 투입해 유지보수와 운영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 노조의 임금·단체협상 결렬 이후 부분 파업이 진행됐으나 택시호출서비스인 ‘카카오T’는 문제없이 운영됐었다.
다만 문제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미래 경쟁력 저하다. 핵심 인력의 개발 속도와 조직 안정성이 경쟁력과 직결되는 IT 기업 특성상 단체행동이 길어지면 카카오가 전사적 역량을 쏟는 AI 중심의 신사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올해를 AI 전환의 분기점으로 삼고 추진 중인 카카오톡 내 자체 AI 모델 ‘카나나’ 중심의 에이전트 서비스 내재화와 B2B 클라우드 프로젝트 등 핵심 성장 전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파업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보안 사고나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인프라 대응 인력 공백으로 인한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출처: 연합뉴스)
◆IT 업계 번지는 파장… 갈등 먼저 푼 네이버와 대비
그동안 대규모 전면 파업이 거의 없었던 IT 업계에서 카카오의 이번 행보는 업계 전체의 노사 협상 기준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 노조가 어떤 결과를 얻어내느냐에 따라 향후 다른 플랫폼이나 게임 기업들의 보상 체계와 협상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임금 협상을 빠르게 마무리 지은 경쟁사 네이버와도 크게 대비된다. 네이버는 집중 교섭을 통해 올해 임금을 5.3%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AI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먼저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경쟁사가 먼저 갈등을 해결한 상황이 카카오 노사 양측 모두에게 적지 않은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노사 양측은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8일 노사가 조정 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한 만큼 남은 기간 회사는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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