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전체 경상수지 흑자가 6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약 200조 원 수준이었던 경상흑자가 1년 만에 두세 배 이상 급증하는 셈이다.
반도체 수출 호황과 글로벌 수요 회복이 맞물린 결과이지만 이 같은 성과가 마냥 반가울 수만은 없다. 구조적 취약성을 내포한 성장이기 때문이다.
세수도 함께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경상수익 증가는 법인세, 소득세 등 세수 확대로 직결된다. 정부는 이렇게 늘어난 세금 수입만큼은 반드시 미래를 위한 투자로 활용해야 한다. 단기적 포퓰리즘적 지출이나 경직성 예산으로 탕진할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데 써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 중 하나는 지나친 반도체 의존이다. 삼성전자 한 기업이 우리나라 전체 기업 이익의 2/3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가 잘 나갈 때는 국가 전체가 풍요롭지만 사이클이 꺾이면 나라 전체가 휘청인다.
실제로 반도체 업황은 사이클 산업의 특성상 2027년 하반기부터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그 다음 국면에서 반도체 수요는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 그때 우리 경제의 충격을 감당할 완충 산업이 준비돼 있는가.
정부는 반도체에만 눈을 고정해서는 안 된다. 건설업, 유통업, 중소 제조업 등 내수 기반 산업들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자재비 급등과 금융 비용 증가로 수익성을 잃은 건설사들, 소비 위축과 온라인 전환의 파고를 넘지 못하는 중소 유통업체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환경 악화로 이중고를 겪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줄도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결국 대기업의 공급망도 흔들린다. 산업 생태계는 대기업 몇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수십만 중소기업이 촘촘히 얽혀 있는 그물망이다.
정부는 늘어난 세수를 활용해 이 그물망이 끊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정책 금융 확대, 세제 지원 강화, 판로 개척 지원 등 실질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도 서둘러야 한다. 인공지능, 바이오, 방산, 우주항공 등 차세대 주력 산업을 육성하는 데 지금 이 세수 호황기가 절호의 기회다.
경제가 어려울 때 미래에 투자하는 것은 어렵다. 여유가 있을 때 즉 지금 투자해야 한다. 단순한 보조금 살포가 아니라 연구개발(R&D) 투자, 인재 양성, 규제 혁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방식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결국 핵심은 정부의 ‘의지’와 ‘전략’이다. 세수가 늘었다고 해서 자연히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호황은 언제나 다음 불황의 씨앗을 품고 있다.
2027년 이후의 반도체 사이클 하강, 내수 부진의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파고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늘어난 세금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대가 정부에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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