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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책과 삶]점점 빨라지는 세상…사실이 아니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띄운 첫 동력 비행기의 시속은 16㎞에 불과했다. 55년 뒤인 1958년 취항한 보잉 707은 그보다 50배 이상 빠른 시속 890㎞. 불과 반세기 만에 이뤄진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20세기 전반은 말 그대로 가속의 시대였다.

[책과 삶]점점 빨라지는 세상…사실이 아니다?

질주하는 세계

바츨라프 스밀 지음 | 이한음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 428쪽 | 2만2000원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띄운 첫 동력 비행기의 시속은 16㎞에 불과했다. 55년 뒤인 1958년 취항한 보잉 707은 그보다 50배 이상 빠른 시속 890㎞. 불과 반세기 만에 이뤄진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20세기 전반은 말 그대로 가속의 시대였다. 그렇다면 이후 60여년 동안 인류는 얼마나 더 빨라졌을까. 뜻밖에도 별로 빨라지지 않았다. 1958년 등장한 보잉 707과 오늘날 보잉 787의 순항속도는 큰 차이가 없다.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고 해서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속도까지 끝없이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환경과학자이자 문명사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질문을 숫자로 들여다본다. 우리는 정말 갈수록 빠른 세상에 살고 있는가. 저자는 ‘단위 시간에 얼마나 변화하는가’라는 잣대에 서로 다른 현상들을 올려놓는다. 지각판이 움직이는 속도, 동식물의 성장, 인간의 달리기, 농업과 인구 증가, 교통수단, 산업생산과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세상이 일제히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익숙한 그림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어떤 것은 급격히 빨라지는 반면 어떤 것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졌다. 어떤 변화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줄이기 어려운 시간이 있다. 반도체 연산능력이나 정보통신처럼 눈부신 가속을 이어온 영역도 있지만 문제는 이런 일부 분야의 급격한 발전을 세계 전체 변화 속도로 확대해석하는 데 있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열기까지 더해지며 가속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지만 저자는 이를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첨단 기술의 성과가 과장되고 그 전망이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왜곡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느림을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빠름이 무조건 낫다는 생각도, 느린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경계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더 빨라지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빨라지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한지를 따져보는 일이다. 여기에는 더 이상의 가속을 멈추거나 되돌리는 ‘정당한 후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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