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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책 읽으라 강요 안하고 책을 만나게 하는 도시 만들겠다”

“독서도시는 도서관이 많은 도시가 아닙니다. 주민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고, 사람과 연결되는 도시가 진짜 독서도시입니다.”

“책 읽으라 강요 안하고 책을 만나게 하는 도시 만들겠다”

■이정이 광주특별시 동구 인문도시정책과장

작은도서관 31곳·독립책방 13곳 연결…생활 속 독서생태계 구축

전국 첫 ‘동구형 순회사서’ 도입…“독서는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

“독서도시는 도서관이 많은 도시가 아닙니다. 주민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고, 사람과 연결되는 도시가 진짜 독서도시입니다.”

30여 년간 행정 현장을 누빈 이정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인문도시정책과장은 독서 정책을 설명하면서 여러 차례 ‘사람’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이 과장은 “주민이 있기 때문에 행정이 존재한다”며 “인문도시정책 역시 주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행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1993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동 행정과 전통시장, 주민자치 등 최일선 행정을 두루 거쳤다. 현재 맡고 있는 인문도시 정책 역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동구가 가장 공을 들이는 공간은 작은도서관이다. 현재 동구에는 사립 작은도서관 31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책배달 서비스와 찾아가는 강좌, 활성화 지원사업 등을 통해 생활권 독서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이라며 “독서동아리와 인문모임이 자라나는 거점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동구형 순회사서’ 제도도 처음 도입된다. 사서 자격증을 가진 전문인력이 사립 작은도서관을 순회하며 장서 정리와 운영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선 3개 작은도서관에서 시범 운영한 뒤 성과를 분석해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간담회를 해보니 운영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것이 전문성 부족이었다”며 “순회사서가 장서 관리뿐 아니라 작은도서관 운영 전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도서관과 사립 작은도서관을 연결하는 ‘책배달 서비스’도 동구만의 차별화된 정책이다. 현재 6개 사립 작은도서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공공도서관에 있는 책을 원하는 작은도서관으로 배송해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책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338권이 대출됐다.

독서문화는 지역경제와도 연결된다. 동구는 지역서점 인증제를 통해 공공기관과 도서관이 책을 구입할 때 지역서점을 우선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협약을 맺은 지역책방은 13곳이다. 주민들은 ‘올해의 책’을 포함한 구민권장도서 80권 가운데 원하는 책을 신청해 가까운 책방에서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3천929명이 참여했다. 동구에는 개성 있는 독립책방도 적지 않다. 카페와 책방, 골목문화가 어우러진 동명동 일대는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과장은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고, 그 책이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구의 대표 사업인 ‘올해의 책’ 역시 주민 참여로 완성된다.

전문가 추천 159권과 주민 추천 206권 등 모두 365권을 접수해 도서선정단 심사와 온라인 주민투표를 거쳐 유아·어린이·청소년·성인 분야 10권을 선정한다. 올해 사업에는 모두 1억3천646만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올해 선정된 성인도서 가운데 그가 가장 애정을 보이는 책은 공현진 작가의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다.

이 과장은 “제목만 보면 절망적인 이야기 같지만 오히려 사람들에게 ‘그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준다”며 “저도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1권을 주민들에게 추천해야한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은 독서공모전과 작가 초청, 찾아가는 독서교실, 시민 독서토론마당으로 이어진다. 오는 10월24일에도 독서공모전 시상과 작가 초청 토론 등이 포함된 ‘올해의 책 독서토론마당’도 열릴 예정이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오히려 독서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 과장은 “이제는 책을 읽으라고 말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카페에서, 골목에서, 책방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만나게 해야 한다”면서 “독서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다. 동구만의 공간과 사람, 책을 연결해 주민들이 ‘책 읽는 도시’가 아니라 ‘책과 함께 살아가는 도시’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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