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축소·희망퇴직 확산 속 평균 연봉 1억 육박
성과·핵심 인력 중심 보상 강화…양극화 구조 심화
AI·저성장 압력 속 조직 슬림화·사업 조정 본격화 전망
국내 주요 게임사 10곳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크래프톤이 1억29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사진=크래프톤
게임업계가 몸집 줄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채용을 줄이고 수익성이 낮은 조직을 정리하면서도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하고 총수들의 보수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엇갈린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 10곳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약 9700만원으로 나타났다.
크래프톤이 1억2900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엔씨가 1억1700만원, 펄어비스가 1억341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서 시프트업,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NHN·네오위즈, 넷마블, 컴투스도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대기업 평균 연봉인 1억280만원이나 4대 시중은행 임직원 평균 연봉인 1억2275만원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최고경영자 보수는 더 가파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해 80억4000만원을 받았고 이 중 75억원 가량이 성과 인센티브였다. 배틀그라운드 IP를 이끄는 장태석 펍지 총괄 이사는 61억6200만원, 배동근 CFO는 46억2600만원을 수령했다.
김택진 엔씨 공동대표의 지난해 보수는 53억100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 대비 약 48% 증가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20억7000만원으로 5년 만에 20억원대를 회복했다.
이처럼 높은 보상 체계가 유지되는 것은 게임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소수의 인기 IP가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에서 핵심 인력에 대한 보상은 흥행 성과와 직결된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엔씨도 리니지 시리즈와 아이온 2가 선전하면서 전년도 적자를 만회했다.
이미지=챗GPT 제작
하지만 실적 개선과 고연봉 기조 속에서도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200명 안팎의 희망퇴직을 받았고 AI 중심의 운영 효율화 방침에 따라 신규 채용도 사실상 멈췄다. 넥슨 역시 채용을 중단한 가운데 자회사 넥슨게임즈에서는 개발 인력 재배치가 이뤄지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달 계열 스튜디오에서 두 자릿수 규모의 인력을 줄였다.
해외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에픽게임즈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전체 직원의 25% 수준, 1000명 넘는 인원을 감원하며 약 5억 달러의 비용 절감에 나섰다. 유비소프트는 복수의 해외 스튜디오에서 감축을 단행했고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를 개발해온 레드 스톰 엔터테인먼트에서도 100명 이상을 내보내기로 했다. 소니는 산하 스튜디오 중 하나를 아예 폐쇄하며 조직을 재편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인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면 조직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AI 도입이 맞물리면서 인력 운용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넷마블이 ‘AI Transformation(AX)’을 내걸고 AI 네이티브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반복적이고 구조화 가능한 업무는 AI가 맡고, 사람은 판단과 검증, 창의적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성과를 낸 IP와 핵심 인력에게는 두둑한 보상이 돌아가지만 그렇지 않은 조직과 프로젝트는 조용히 걷어내는 방식으로 게임업계의 생존 공식이 바뀌고 있다. 저성장과 AI라는 두 가지 압력 속에서 이 재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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