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 사진=허지현 기자
한국금융경제신문=허지현 기자 | 2026년 4월 8일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이자 글로벌 혁신의 아이콘인 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이했다. 70여년 전 전쟁의 포화가 가시지 않은 경기 수원 평동의 작은 직물 공장에서 시작된 SK그룹의 여정은 이제 전 세계 ▲반도체 ▲에너지 ▲통신 시장을 흔드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미래를 향해 흐르고 있다.
SK그룹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현대사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다. 1953년 4월 8일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은 6·25 전쟁으로 파괴된 선경직물 공장 부지에서 부품을 하나하나 모아 직기 15대를 복구하며 SK의 모태를 세웠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불굴의 개척 정신은 4개월 만에 공장 재가동이라는 기적을 일궈냈고, 한국을 직물 수출국 반열에 올렸다.
바통을 이어받은 故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0년대 오일쇼크의 위기 속에서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원대한 수직계열화 목표를 세웠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 인수는 당시 재계 순위가 한참 뒤처졌던 SK가 에너지 거물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안고 해외 유전 개발에 뛰어든 선대회장의 혜안은 오늘날 SK이노베이션을 있게 한 뿌리가 됐다.
1990년대 중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를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의 기틀을 닦은 SK그룹은 2012년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로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를 이뤄냈다.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를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은 최태원 회장의 결단은 현재 SK그룹을 재계 2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크게 작용했다.
창립 73주년을 맞이한 2026년 SK그룹의 시선은 이제 ‘인공지능(AI)’로 향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라는 거대한 물결로 글로벌 시장을 돌파하자”고 선언했으며, SK그룹은 전 역량을 AI 통합 솔루션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의 압도적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를 신설하는 등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기존의 통신 기업을 넘어 ‘AI 컴퍼니’로의 완전한 체질 개선을 마쳤으며, 에너지 부문에서도 AI를 활용한 에너지 관리 솔루션(EMS)과 탄소 중립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SK그룹 성장의 이면에는 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강조했던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는 인재 경영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SK는 국내 기업 최초로 ‘장학퀴즈’를 후원하고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국가의 미래 동량을 키워왔다.
이러한 철학은 최태원 회장 체제에서 ‘사회적 가치’와 ‘구성원의 행복’이라는 구체적인 경영 목표로 계승됐다. SK그룹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업을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 문화를 정착시켰다. 최근 단행된 2026년 임원 인사에서 1980년대생 리더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 또한 급변하는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인재를 키우려는 SK 특유의 인재 제일주의가 반영된 결과다.
현재 SK그룹은 ‘리밸런싱’이라는 이름 아래 대대적인 조직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비대해진 몸집을 줄여 민첩성을 확보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해 미래 성장을 위한 실질적인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SK그룹은 이날 별도의 대규모 외부 행사 대신 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개최하며 조용한 기념식을 가졌다. 행사에는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오너 일가와 주요 경영진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창업 세대의 주요 발언과 경영 철학, 패기와 지성을 되새기는 자리를 가졌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현 경영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그룹의 내실을 강화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창립 73주년을 맞은 현시점에서 SK그룹이 강조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지난이행(知難而行)’이다.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한다는 이 정신은 전쟁 폐허 속에서도 희망을 일궜던 창업 정신과 궤를 같이한다.
SK그룹은 위기 때마다 과감한 인수합병(M&A)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전환으로 극복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AI 시대를 맞이해 반도체와 클린 에너지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글로벌 시장의 표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73년의 역사를 가지게 된 SK그룹. ‘패기’로 무장한 과거와 ‘AI’로 무장한 미래가 만나는 오늘, SK그룹은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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