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성과급에 싸늘한 직장인들… 대부분 “부담·과도” 평가
일요서울창간특집설문. [AI로 재생성한 이미지]
노조가 성과급 확대와 원청 책임 확대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시선은 예상보다 더욱 싸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창간 32주년을 맞아 직장인과 노조 관계자 등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노조 성과급 갈등을 둘러싼 현장 민심을 들어봤다.
- 고액 성과급에 박탈감 우려… 80% “중소기업에도 영향”
- 원청 책임 확대엔 신중론… 55% “도의적 책임 수준 적당”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일요서울은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직장인과 노조 관계자 등 40명을 대상으로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노사 갈등에 대한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은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와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 요구 ▲CU 물류센터 파업 중 발생한 인명 사고와 원청 책임 논란 ▲현대·기아차 노조의 성과급 요구 등 문항으로 구성됐다.
응답자는 30대와 40대가 각각 32.5%(1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 22.5%(9명), 50대 12.5%(5명) 순으로 집계됐다. 근속연수는 4~7년이 32.5%(13명)로 가장 많았고 8~10년 25.0%(10명), 1~3년 17.5%(7명), 15년 이상 15.0%(6명), 1년 미만 7.5%(3명), 11~14년 2.5%(1명)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이 37.5%(15명)로 가장 많았으며 제조업 27.5%(11명), IT 20.0%(8명), 자영업 10.0%(4명), 기타 5.0%(2명) 순이었다.
삼성전자 성과급 요구, 응답자 80% 이상 “과도·부적절”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설문 결과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 시위를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60.0%(24명), ‘들어본 적 있다’는 응답은 37.5%(15명)로 나타났다. 응답자 40명 중 97.5%(39명)가 해당 시위를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해당 요구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사례를 인지한 응답자 39명 가운데 84.6%(33명)가 성과급 요구 수준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소 과도하다’는 응답이 56.4%(22명)로 가장 많았고 ‘매우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28.2%(11명), ‘정당한 권리다’는 응답은 15.4%(6명)이었다.
‘성과급 산정 기준 전면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우려가 컸다.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가 기업의 경영권이나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시각에 대해 ‘경영권 침해 우려가 크다’는 응답은 55.0%(22명)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우려되나 감수해야 한다’는 응답은 40.0%(16명),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5.0%(2명)이었다.
성과급 산정 공식을 대외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 노사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응답자 70.0%(28명)는 ‘갈등을 부추길 것이다’고 답했다.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는 응답은 17.5%(7명),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는 응답은 12.5%(5명)에 그쳤다.
원청 책임 확대 및 대체근로에는 신중론… “도의적·제한적 접근 필요”
일요서울창간특집설문. [AI로 재생성한 이미지]
성과급 요구에는 부정적 평가가 뚜렷했던 반면 원청 책임 확대와 대체근로 문제에서는 일방적 금지나 전면 허용보다 사안별로 책임과 범위를 따져야 한다는 신중론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CU 물류센터 파업 중 발생한 인명 사고와 관련해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기업에 책임을 묻는 문제에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 수준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55.0%(22명)로 가장 많았다. ‘원청에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다’는 30.0%(12명), ‘원청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15.0%(6명)로 조사됐다.
쟁의 기간 중 대체근로 투입을 허용할지 묻는 질문에는 ‘사안에 따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52.5%(21명)로 가장 많았다.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해 허용해야 한다’는 35.0%(14명), ‘단체행동권 보호를 위해 절대 금지해야 한다’는 12.5%(5명)이었다.
현대차 노조 성과급 요구, “기업 경쟁력 약화시킬 것… 합리적 요구해야”
현대·기아차 사례처럼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노조가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행동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킨다’는 응답이 55.0%(22명)로 집계됐다. ‘다소 부담을 준다’는 40.0%(16명),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5.0%(2명)이었다.
대기업 노조의 고강도 성과급 요구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 57.5%(23명)로 가장 많았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는 25.0%(10명), ‘시장 원리이므로 문제없다’는 17.5%(7명)로 나타났다.
향후 노사 갈등 해결을 위해 노조 측에 가장 필요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기업 경영 현실을 고려한 합리적 요구’가 40.0%(16명)로 1위를 기록했다. ‘무분별한 파업 및 시위 자제’는 32.5%(13명), ‘노사 상생을 위한 양보와 타협’은 27.5%(11명)이었다.
억대 성과급에 상대적 박탈감도… “무슨 억 소리가 나느냐”
주관식 응답에서도 대기업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불편한 시선이 드러났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50대 응답자는 대기업 성과급 논란에 대해 “돈을 적게 받는 줄 알았는데 무슨 억 소리가 나느냐”며 “배부른 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비스업 30대 응답자는 “잦은 노사 갈등으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에 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며 “자기 권리 자기가 찾는다고 하지만 최근 시위 보면 과한 요구가 난무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노조도 현실 가능성 있는 요구를 하고 사측도 어느 정도 물러설 줄 알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사 양측의 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30대 응답자는 노사 갈등 해결 방안에 대해 “양쪽 모두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을 해야한다”고 답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40대 응답자도 “서로 일정 부분 양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의견도 있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30대 응답자는 “법률적 제도 보완 필요”를 언급했고 20대 학생 응답자는 “미국과 유사한 유연한 고용시장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사 속의 기사] 노란봉투법 이후 커지는 노사 긴장… 대기업 노조·화물연대 쟁의 잇따라
- 성과급·고용 안정·원청 교섭 요구
[일요서울 ㅣ 박대윤 기자]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된 노동조합법 2·3조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으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노동쟁의 대상과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제한 범위도 넓혔다.
이에 따라 원청 책임과 경영상 결정이 노동조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고 노조의 교섭 요구와 현장 투쟁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15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산업 노조들은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와 고용 안정, 원청 책임 확대 등을 요구하며 쟁의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반도체 DS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고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고 회사 실적이 노동자 보상으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도 지난 1일 성명에서 노동자 요구를 ‘과도한 요구’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며 DX부문 성과급 불확실성과 가전사업부 고용 불안을 언급했다.
현대자동차 노조(전국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임금 인상과 함께 고용 안정을 내세우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했다.
또 회사의 20만 대 물량 해외 이관 계획과 AI·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을 문제 삼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고용과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BGF리테일이 CU 물류 운영과 배송 업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고 직접 교섭을 요구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17일 진천 허브센터 봉쇄 투쟁에 나서며 BGF리테일이 운송사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GF리테일은 “직접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원청 교섭을 거부했으나 지난달 2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한진 사건에서 화물연대를 노조법상 교섭 대상이라고 판단하면서 원청 책임 논란은 이어졌다.
이후 지난달 30일 BGF로지스와 화물연대 측은 운송료 인상, 분기별 유급휴가, 노조 활동 보장 등에 합의했으나 노사 간의 원청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노조가 사측의 경영 결정과 원청 책임을 교섭 의제로 삼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노동 현장의 긴장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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