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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집값 오르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왜 서로를 탓하나 [서순탁의 파이데이아]

집을 구하는 시민이 알고 싶은 것은 간단하다. 언제, 어디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집에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부족의 책임을 놓고 맞서고 있다.

주거비는 오르는데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서로의 탓만 하는 모습을 묘사한 AI 이미지.

집을 구하는 시민이 알고 싶은 것은 간단하다. 언제, 어디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집에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부족의 책임을 놓고 맞서고 있다. 지난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주택 인허가와 착공 감소를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서울시의 책임을 거론했다. 사흘 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거 정비구역 해제와 중앙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공급 기반을 약화시켰다고 반박했다.

이 공방을 판단하려면 숫자의 크기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 어느 시기의 어떤 공급 단계를 근거로 삼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인허가, 착공, 입주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오늘 착공이 줄었다면 원인은 몇 년 전 사업의 출발 단계에 있을 수도 있고, 최근의 공사비 상승이나 사업 지연에 있을 수도 있다. 특정 시점에서 인허가가 줄었다고 그 책임을 모두 돌릴 수 없듯이, 과거 정비사업이 위축됐다고 현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상대를 겨냥한 숫자 하나가 아니라, 사업이 어느 단계에서 왜 멈췄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더 큰 문제는 공급 확대가 시민의 주거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건축으로 새 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기존 주택을 허문 자리에 짓는 만큼, 준공 물량 전체가 주택 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낡은 주택이 고급 신축으로 바뀌는 강남권의 주요 입지에서는 주택 수가 늘어도 초고가 주택이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공급 확대만으로 시민의 주거비 부담이 완화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초고가 신축이 들어섰다는 이유만으로 공급 효과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새 주택이 공급되지 않았다면 주변 가격이 더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주택 수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강남권의 핵심 입지는 복제하기 어렵고, 신축 선호와 구매력 있는 수요, 가격 상승 기대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요·공급 이론은 공급 증가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설명하지만, 특정 지역의 가격이 언제 얼마나 달라질지는 그것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급 확대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강조하는 수단은 다르다. 정부는 택지 개발과 재개발·재건축의 신속한 추진, 금융 지원을 강조한다.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향과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어떤 수단을 택하든 “몇 호를 공급하겠다”는 발표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은 실제 입주 시점과 순증 물량, 그리고 공급될 주택의 가격대다. 공공 부지를 활용하든 정비사업 규제를 풀든, 이 기준으로 공급 계획을 평가해야 한다.

공급 확대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시민의 전셋값과 주거비 부담은 지금도 계속된다. 장래의 인허가 물량을 당장의 주거 안정 성과처럼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정부와 서울시는 장기 사업의 지연을 줄이면서도, 정비사업 이주가 집중되는 지역의 전세 부담과 신규 입주 물량이 부족한 시기의 임대차시장 불안에 대응해야 한다. 고가 지역의 매매가격이 잠시 조정되더라도 다른 지역의 전월세 부담이 커진다면 시민 전체의 주거 사정이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공급 확대가 시민의 주거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개발이익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도 살펴야 한다. 규제를 완화해 사업을 촉진하더라도 그 혜택이 소유자의 자산 가치 상승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완화된 규제로 추가 확보한 용적률의 일부는 공공주택 등에 활용해 더 많은 시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공공기여 부담이 사업 추진을 가로막지 않도록 사업성과 공공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착공 시기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지, 그에 따른 공공기여는 어느 정도인지 공개하고 예측 가능한 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책임을 덮자는 뜻은 아니다. 책임을 제대로 따지려면 정비구역 지정부터 입주까지 사업별 시간표와 지연 원인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공급 실적은 발표 물량이 아니라 순증 가구 수와 실제 입주로 평가하고, 주변 매매가격과 전월세 부담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그래야 책임 공방이 정책 개선으로 이어진다.

정부와 서울시가 서로의 책임을 따지는 동안에도 시민은 집값과 주거비를 감당해야 한다. 공급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누가 더 많은 물량을 발표했는가가 아니라, 시민이 언제 어디에서 감당할 수 있는 집에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서순탁의 파이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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